중국의 경기부양정책으로 산업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석유화학과 철강 등 기초소재 산업이 훈풍을 받고 있다. 중국발 훈풍으로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보인 부문은 석유화학업종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가전과 자동차 소비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펴면서 합성수지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가전 제품과 자동차 내외부를 통틀어 소재의 50%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이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 말 부진을 딛고 올해 1ㆍ4분기에 영업이익 4,873억원, 순이익 2,885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각각 35.5%, 61.9%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2ㆍ4분기에는 영업이익 6,603억원, 순이익 4,671억원의 사상 최대 이익규모를 달성했다. 한화석유화학도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9% 증가한 1,359억원을 거뒀으며 당기순이익은 170.88% 늘어난 1,29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회사 측은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뿐 아니라 삼성토탈ㆍ호남석유화학 등 메이저급 유화사들이 올 상반기 기록적인 영업실적을 나타내고 있으며 중국의 산업용ㆍ개인용 섬유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삼성석유화학 등 화섬원료 업체들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초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었을 때는 지난해 말 업계와 트레이더들의 성급한 재고 처분에 따른 반등 수요라고 생각했으나 2ㆍ4분기로 넘어오면서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한데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덩달아 수출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포스코의 경우 2ㆍ4분기 중국 수출물량이 총 92만6,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만8,000톤에 비해 무려 65.9% 급증했다. 열연강판 수출 가격도 지난 6월 톤당 440~450달러였던 데서 이달 들어 톤당 580~590달러까지 상승했다. 수출 증가 덕분에 재고도 현격하게 줄어 올해 초 20만톤가량이던 포스코의 열연강판 재고물량은 3월 18만톤, 6월 8만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달에는 약 5만톤 수준으로 연초의 4분의1로 줄었다. 현대제철 역시 올초 5만톤가량에 달했던 재고물량이 현재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 급증에 대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으로 철강재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발 훈풍이 언제까지 갈지에 대한 의견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조창호 여천NCC 공동대표는 “최근 유화업종을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면서 “단기 실적에 취하지 말고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위기를 철저히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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