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지난 2012년도에는 2%의 저성장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내수부진과 위기반복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하락하는 저성장이 계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는 어떤 항로를 따라가야 할까.
중진국 함정이냐 선진국이냐 기로에
이미 오래 전에 4만달러 선진국으로 도약했던 나라들에 한국경제의 길을 물어보자. 인구 1,000만명 이상으로 4만달러 도약에 성공한 나라들은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9개국이다. 4만달러 도약 선진9개국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미국ㆍ일본ㆍ호주처럼 무역의존도가 50% 미만인 '내수형' 선진국, 네덜란드와 벨기에처럼 무역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외수형' 선진국, 그리고 독일ㆍ스웨덴ㆍ프랑스ㆍ캐나다처럼 무역의존도가 50~100%인 '내외수 균형' 선진국이 있다.
먼저 4만달러에 도달한 선진9개국의 공통점을 보자. 첫째, 4만달러 선진9개국은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소득이 올라갈수록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올라갔다. 즉 2만달러에서 3만달러 도약기에 성장률이 평균 2.44%였으나 3만달러에서 4만달러 도약기에는 평균 2.48%로 높아졌다.
둘째, 재정건전성이 좋았다. 4만달러 시점에서 일본과 벨기에를 제외한 7개국 모두 국가채무비율이 60%대로 안정적이었으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도 일본과 미국을 제외하면 3% 이내였다. 셋째, 대외경쟁력을 반영하는 경상수지를 보면 미국과 호주를 제외한 7개국은 흑자를 내거나 균형 수준이었다.
넷째, 서비스업 비중이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2만달러에서 3만달러 도약기의 평균 68%에서 3만달러에서 4만달러 도약기에 71%로 높아진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현재 58%에 불과하다. 다섯째, 4만달러 선진9개국의 고용률은 70% 이상으로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6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섯째, 합계출산율은 우리나라가 1.2명에 그치고 있지만 선진9개국은 평균 1.7명 이상으로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투명성지수(TI)는 우리나라가 10점 만점에 5.5점으로 저조한 반면 선진9개국은 평균 8.0점 이상으로 높은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반영하고 있다.
2만달러 초반에서 6년째 머물러온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역의존도가 100% 내외로 매우 높지만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한국은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내수와 수출이 조화를 이룬 선진국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즉 한국경제가 4만달러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으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내수ㆍ수출 균형으로 성장잠재력 키워야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풍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지속하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업 개방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70%로 높이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고용안전망 강화를 통해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려야 한다.
일ㆍ가정 양립정책과 보육에 대한 획기적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합계출산율을 선진9개국 평균인 1.7명 수준으로 점차 높여가야 한다. 전자정부 고도화와 정보공개ㆍ규제개혁 등으로 정보기술(TI)도 현재의 5.5점 수준에서 8.0점 이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복지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고통분담도 불가피하다.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건들이 다 만족된다면 한국경제도 선진9개국과 마찬가지로 4만달러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중진국 함정이냐 4만달러 선진국 진입이냐의 선택은 바로 새 정부와 우리 5,000만 국민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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