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절친'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한국인 첫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로 아시아인 신인왕은 3명. 모두 일본인이었다.
월간 타율 0.221에 머물렀던 지난달만 해도 강정호에게 신인왕은 멀어 보였지만 7월 들어 방망이에 불을 붙이며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30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 원정(10대4 피츠버그 승)에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강정호는 2회 첫 타석에서 선제 솔로 홈런(시즌 7호)을 날렸다. 전날 결승포에 이은 연타석 홈런.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강정호의 타율은 0.295(268타수 79안타)가 됐다.
◇잘나가는 집안의 전천후 내야수=3루수로 주로 출전하던 강정호는 최근 사실상 붙박이 유격수로 나서고 있다.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21일 무릎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고 이탈한 다음부터다. 강정호는 21일부터 30일까지 9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타율 0.457(35타수 16안타)의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다. 이따금 3루수 자리에도 섰지만 거의 모든 경기에 유격수로 나갔다.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이어서 우려도 있었으나 수비는 꽤 안정적이었고 방망이는 더 매서워졌다. 강정호는 이달 초에는 주전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손가락을 다치자 3루수로서 공수에서 활약했다.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멍을 완벽에 가깝게 메운 것.
팀 기여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선수가 팀에 몇 승을 더 가져다주는지를 측정한 것인데 미국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현재 강정호의 WAR는 3 이상이다. 주전의 기준인 WAR 2를 훌쩍 넘어 '만능 루키'로서 몸값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전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에 준 이적료는 약 500만달러, 강정호의 올 시즌 연봉은 400만달러다. 3연승을 달린 피츠버그는 59승41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3위(0.590)에 올라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도 밝다.
◇11승 헤스턴·21홈런 페더슨 넘을까=이달 들어 타율 0.370(81타수 30안타)에 3홈런 8타점을 올리고 있는 강정호는 강력한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 후보다. 이달의 신인상을 받아본 한국인은 2003년 4월의 최희섭(당시 시카고 컵스)이 유일하다. 강정호는 7월 타율 0.377에 2홈런 8타점의 외야수 오두벨 에레라(필라델피아 필리스), 3승 평균자책점 1.57의 투수 크리스 헤스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과 7월의 신인을 다투고 있다.
헤스턴은 강정호의 올해의 신인상 수상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벌써 11승(5패 3.14)을 거뒀다. 현재 내셔널리그 신인 최다승 2위가 5승인 것을 보면 헤스턴의 기록은 더욱 돋보인다. 야수 중에서는 샌프란시스코 3루수 매트 더피(타율 0.304·9홈런·46타점)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외야수 야스마니 토마스(타율 0.299·6홈런·37타점)가 눈에 띈다. 물론 시즌 전부터 신인왕 후보로 꼽혀온 다저스 외야수 족 피더슨, 컵스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도 빼놓을 수 없다. 피더슨은 리그 신인 홈런 1위(21개)를 달리고 있고 브라이언트는 신인 타점 1위(59개)다.
타율 0.295에 7홈런 33타점의 강정호에게는 유격수 포지션과 소속팀 성적으로 인한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 있다. 유명 투수의 공을 잘 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강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날 홈런도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터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강정호는 2스트라이크에서 안타를 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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