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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만에 5,000억달러 수주를 달성한 해외건설 부문이지만 우리 업계가 지닌 한계도 분명하다. 특정 지역과 공사 종류(공종)에 편중된 것은 늘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대형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도 높고 선진국 업체와 후발 업체들의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도 필요하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왔다"며 "이전과 같이 발주처의 하청 형태로 들어가는 도급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주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올해도 전체 수주액(213억5,200만달러)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액(146억2,700만달러)의 비중이 68%에 달한다. 591억달러를 수주한 지난해(4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해당 지역의 경제 상황이나 발주처 사정이 나빠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국내 해외건설업계 전반에 미치게 된다. 올해 역시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중동 지역에도 미치면서 발주물량이 급감해 중동 지역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73억달러)보다 15% 이상 줄었다.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전체 수주액 가운데 현대건설 등 상위 10개사의 수주 비중은 85%를 훌쩍 넘는다. 나머지 15%를 100여곳이 넘는 건설사들이 나눠먹고 있는 모습이다.
공종도 다양하지 못하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진출 공종은 석유화학ㆍ발전 등 플랜트 EPC(설계ㆍ조달ㆍ시공) 분야다.
시장 다변화와 함께 선진화된 사업구조 재편도 과제다. 최근 외국 건설사들은 단순 EPC보다는 스스로 사업을 개발하고 자금을 조달해 운영까지 맡는 민간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발전 분야의 민자발전(IPP), 공공 분야의 민관협력사업(PPP) 등이 좋은 예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ㆍSK건설ㆍ포스코건설 등이 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발전사업에만 국한돼 있다. 세계 6위의 건설그룹 스웨덴 스칸스카는 헬스케어 분야 최대의 디벨로퍼이며 프랑스 최대 규모의 건설업체 빈치는 'MM 아레나 스타디움' 등 경기장 PPP에 강점을 가진다. 이들은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금동원력을 갖춘 채 적극적으로 민간개발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기존 EPC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국내 건설사의 설계와 시공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하지만 조달 부문은 여전히 해외 업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공사비 중 조달 부문의 비중은 약 40% 정도. 10억달러짜리 공사를 수주하면 이 중 4억달러는 장비ㆍ부품 등 조달에 쓰인다는 의미다. 이를 우리 기업들이 가져올 수 있다면 해외건설의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플랜트 공사에 필요한 기계 부품이나 공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이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육성한 것과 같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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