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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중견기업의 지원 역차별 주장에 대해 "이제까지 혜택 받고 성장했으면 동생들에게 넘겨 주는 게 당연하다"며 "중견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춘 만큼 해외 시장으로 나가라"고 강조했다.
송 청장은 또 정치권의 중소기업부 승격 움직임에 대해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중소기업계의 여망인 만큼 장관급 부처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면서 "청에서 부로 승격되면 법령 제·개정 발의권이 있고 다른 부처와의 정책 협의 기능도 훨씬 강화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송 청장은 이미 3년 동안 중소기업 졸업유예 혜택을 받고 있는 중견기업의 지원 연장 요구 등에 대해 추가 지원은 불가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중소기업 정책 콜트롤타워로서 중소기업부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난 송 청장은 마침 중기청 간부와 회의 중이었다.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바깥은 조용했지만 이 곳은 송 청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30년을 중소기업계에 몸담은 전문가인 만큼 인터뷰 내내 그의 말투와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실제 그는 첫 중기청 출신 '토종 청장'으로 1986년 기술고시로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지금까지 줄곧 중소기업 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벤처 붐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직접 도입하는 등 중소기업 정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1주(週) 3통(通)'의 원칙을 세워 매주 세 차례 이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현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지난해 취임 첫날부터 전통시장을 찾았을 정도로 송 청장은 무엇보다 현장을 중요시한다. 1년새 방문한 중소기업, 전통시장만 해도 100곳이 넘을 정도다.
발로 뛰어 다닌 만큼 성과도 많았다. 송 청장은 "가구공장을 갔을 때 제품을 팔기까지 인증이 대여섯 가지나 돼 시간과 비용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후 '국가표준·인증 선진화방안'을 마련해 인증규제 168건을 개선했다"고 뿌듯해 했다. 이와함께 그는"지난 10월 전통시장 박람회장에서 도와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던 서울 신창시장 상인의 말도 잊지 않고 있다"며 감동적인 사연도 전했다.
송 청장이 재임기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중소기업 건강관리다. 그는 "사람과 기업의 성장과정이 비슷하다"며 "사람이 건강관리 통해 수명을 연장하듯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중소기업도 전문적인 건강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제까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산업·업종별 등 산발적으로 진행됐다면 건강관리 시스템은 개별기업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건강관리시스템은 시범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5,954개의 중소기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도와 만족도가 높다. 송 청장은 "내년에도 많은 기업이 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연계 맞춤형 치유사업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퍼주기식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자 송 청장은"개연성은 있지만 마치 대부분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지위에 안주하려 한다는 식의 주장은 곤란하다"고 딱 잘라 부인했다. 그는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견실한 중소·중견·벤처기업이 381개사로 이들 대부분은 창업 초기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이후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대다수 중소기업도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역설했다.
아울러 송 청장은 자영업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시장이 과다 경쟁이긴 하지만 먹고 살려고 하는 생계형 창업을 말릴 수는 없다"며 "중기청은 준비된 창업을 하도록 집중 지원해 실패를 최대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소상공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자생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 대선 정국을 맞아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송 청장은 "경제민주화의 기착점은 동반성장"이라며 "정부가 나서 법과 제도로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리적인 룰을 형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예로 들면서 "대기업이 순대 같은 품목들을 제조까지 맡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중소기업이 만들면 대기업이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유통을 맡으면 그게 바로 상호 윈윈하는 동반성장 아니겠냐"고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송 청장은 중소기업인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외적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은 체질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경영주와 근로자 모두 주인 의식을 갖고 위기를 헤쳐나가라"고 주문했다. 또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튼튼한 만큼 내년 상반기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으로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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