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퀘스터(sequesterㆍ미국 연방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는 슈퍼스톰 샌디에 따른 피해 복구에 투입된 예산 정도의 감축입니다. 주식시장이 무덤덤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기능이 마비돼 임시예산 종료(3월27일), 연방정부 채무한도 소진(5월18일) 등 고비마다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연방정부 채무한도는 미국 경제와 시장에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월가의 헤지펀드인 크레이그드릴캐피털을 27년째 운용하고 있는 크레이그 드릴(70)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이 지속적으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11년 민주ㆍ공화 양당이 시퀘스터에 합의했을 때 1년 반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큰 정부-작은 정부로 대변되는 국가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워싱턴의 정치 극단화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더욱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릴 CEO는 미국 경제가 8~9월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5월 연방정부의 채무한도가 소진될 경우 재무부가 비상조치를 다시 발동할 텐데 이는 2,000억달러 정도를 메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효력이 다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불러왔던 2011년의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국가 리더십에 변화가 올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경제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폭스바겐의 공장 증설을 이끌어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천연가스 파이프 통과를 성사시켰던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초등학교에서 중국인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지금과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로는 공화당과 협상해 경제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러한 워싱턴의 정치 기능 상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접근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가 느리지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주택시장 회복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주택산업의 비중은 4.1%인데 현재는 2.6%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여전히 여력이 있으며 향후 2~3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0.5% 정도를 추가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초저금리와 낮은 임금상승률 등에 따른 기업의 이익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유로존 붕괴, 중국의 경착륙 등 지난해 증시를 사로잡았던 '공포'가 사라지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다시 떠안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의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가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심리가 강한 만큼 돌발적인 변수로 심리가 냉각된다면 펀더멘털에 상관없이 짧은 기간 큰 폭의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드릴 CEO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수합병(M&A) 붐은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재무 상태가 매우 좋아져 M&A의 여력이 높아졌고 M&A 딜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이슈가 되고 있는 엔ㆍ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쇼트 포지션(매도)을 취해 과도하게 떨어진 감이 있다"며 "현재 수준에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엔화 환율이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 한국 경제와 시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의 핵실험 등에서 연관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 이상 투자자들의 관심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금융위기서도 수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