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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후 주말공연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흥행 뮤지컬 '위키드(WICKED)'. 평균 객석 점유율 95%를 보이며 지금까지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히트 작품이다. 10년째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스티븐 슈워츠(66·사진)가 내한해 2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가 생각하는 위키드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 구도로 봐서는 안 되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관객이 감동하는 것이라고 슈워츠는 말한다. 그는 "실체도 없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권력을 지탱해온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위키드'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체도 없는 공공의 적'이라는 그의 지적에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남북 위정자들이 내부 결속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를 악마화해온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이 지상과제가 된 현 정부의 첫 통일 작업은 서로를 인정하며 신뢰를 쌓는 행위들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슈워츠는 위키드의 보편적 메시지를 힘주어 말한다. "하얀 마녀(글린다)와 초록 마녀(엘파바)가 선과 악의 대결로 구분돼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너와 나는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등 위키드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받게 되지요. 이러한 메시지의 힘이 '위키드'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사랑을 받고 공감을 얻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22일 무대에 오른 '위키드'는 대표적인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가 보여주는 선과 악의 이분법 구도를 유쾌하게 뒤집는다. 이전에 뉴욕의 오리지널 배우가 와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한국 배우가 만든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세의 나이에 작곡한 뮤지컬 '피핀' '갓스펠'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천재 작곡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영화계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노트르담의 꼽추' '이집트의 왕자' 등을 통해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지금까지 3개의 아카데미상과 4개의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브로드웨이에서 1,000회 이상 공연된 작품)을 3편 이상 작곡한 전세계 5명의 작곡가 중 한명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뮤지컬 음악의 거장은 최근 10여년간 부쩍 성장하고 있는 한국 뮤지컬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과연 뮤지컬이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는 작곡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진실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에 대해 작업한다면 관객들도 그 진정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방문에는 한국 창작진이 만든 한국 창작 뮤지컬을 꼭 보고 싶습니다."
슈워츠는 22일부터 시작된 2박3일간의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24일 오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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