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공6단지 사거리에서 천호대로와 이어지는 상일로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불편한 곳으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2㎞가량 떨어진 5호선 상일동역일 정도로 역세권과는 거리가 멀다. 상권이 발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평일 낮이든 밤이든 음식점과 카페를 찾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대로변뿐만 아니라 단독주택가 이면도로에 들어서도 활기가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역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인근 업무단지에 삼성엔지니어링·VSL코리아·세종텔레콤·DM엔지니어링 등의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하면서부터다. 1만여명의 임직원들이 점심식사와 휴식, 저녁 술자리 등을 위해 방문하면서 상가 점포가 늘어나고 지역 분위기마저 바꿔놓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에 낡은 물류창고만 들어서 있던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지역 G공인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입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게가 거의 없는데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뿐이었다"라며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주택을 리모델링해 깨끗한 가게를 열게 되자 동네 풍경이 세련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부동산 지도를 바꾸고 있다. 대기업 사옥 이전으로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거주수요가 발생해 땅값과 전셋값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없던 상권까지 만들 정도다. 소득수준이 높은 인구가 대규모로 이사하면서 해당 지역의 학업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학군을 형성하기도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대기업의 이동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문화와 가치관까지 변화시키게 된다"며 "기업 및 공장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는지에 따라 부동산 투자 지형도가 달라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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