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일 창조경제의 청사진을 담은 실현계획-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창조경제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만큼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매우 컸었다. 초기에 창조경제에 대한 모호한 개념 때문에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 계획을 계기로 창조경제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부의 추진 의지와 실천적 사업들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 있는 첫발을 뗐다고 생각한다.
추진과제 많으나 큰 틀선 다소 미흡
실현계획은 3대 목표와 6대 전략 및 이를 달성하기 위한 24개 추진과제를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또한 추진과제별로 각 부처에서 세부계획이 차례대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 정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만 추진된다면 우리 경제는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모델로 전환되고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며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이 상생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원하는 고급 일자리도 향후 5년간 65만개가 창출될 예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노동과 자본에서 기술혁신으로 전환됐다. 1970년대에만 해서도 노동과 자본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약 83%에 달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55% 정도로 급감하고 오히려 기술혁신이 전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율이 45%를 상회하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제는 요소투입형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부닥쳤으며 기술과 창의가 핵심이 되는 지식창조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창조경제 실현 계획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이번 계획은 제목에서 보듯이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창조경제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기업가정신, 창의인재, 첨단기술, 투자자본, 지적재산, 자본시장, 정부 지원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동시에 모든 생태계는 그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가령 이스라엘의 창조경제 생태계는 전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라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창조경제의 생태계는 매우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변동이 심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계획에서는 세부 추진 과제들은 최대한 많이 끌어모았으나 전체적인 접근 방법과 큰 틀의 차원에서는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우선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의 생태계를 보다 심도 있게 분석한 다음에 창조경제를 틀을 짰더라면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가령 기술특허 하나만 가지고 벤처기업에 뛰어들고 어느 정도 회사가 성장하면 대기업이 뛰어들어서 한순간에 회사가 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과 출연연구기관들이 양적으로는 선진국 못지않은 많은 특허를 보유했지만 실제 사업화돼 돈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의 현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사후에라도 실행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 선순환하는 생태계 돼야
필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특성에 적합한 창조경제 생태계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ㆍ사회ㆍ정치ㆍ문화 등 전반적인 대전환이다. 그런데 이번 계획서는 여러 부처들의 과제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이 됐었지만 전체를 꿰는 중추, 즉 과학기술이 많은 과제 중에서 한 개 정도로 취급됐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새로운 고급 일자리는 대부분 대학의 기술창업에서 창출된다. 그 유명한 구글도 스탠퍼드대의 대학원생이 연구실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것이다. 진정한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에 뿌리를 둔 기술혁신이 핵심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현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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