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유물을 막상 기증하니까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걸 다시 어떻게 구할까 하는 생각에 눈물도 다 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리할 때가 됐죠.” 김영숙(80) 아시아민족조형학회 명예회장이 평생 모은 전통 복식 및 장신구 1,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중앙박물관은 지난 6일 박물관 수장고에서 기증품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은 김 회장이 사립박물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유물의 유지ㆍ보존과 박물관 설립 허가 절차 등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복식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꿈을 접고 자식 같은 유물을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딸에게 일을 맡기고 싶었는데 딸은 또 박물관 체질이 아니라고 하네요.” 기증을 결심한 김 회장은 유물을 가장 잘 보관해줄 수 있는 곳을 물색한 끝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선택했다. 김씨가 기증한 유물은 한국 전통 복식 450여점과 전통 장신구 200여점 등으로 중앙박물관이 개관한 이래 복식유물 기증으로는 최대 규모다. 숙명여대 교수를 퇴직하고 지난 99년 아시아민족조형학회를 설립한 김 회장은 아시아 복식으로도 시야를 넓혀 먀오족 유물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번에 기증한 유물 중에는 현지에서 고생하며 구한 먀오족 희귀 유물도 포함됐다. “이미 기증했으니 전시를 잘 해주기 바랄 뿐이지요. 제대로 된 전시는 학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해요. 기증했으니 내 손에선 떠났지만 제대로 된 전시를 위해 필요하다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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