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소니 리더십 차이로 희비 엇갈려 '삼성과 소니(SONY & SAMSUNG)' / 장세진 지음, 살림비즈 펴냄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가 석연치 않은 발표와 함께 막을 내렸다. 한국 최고의 글로벌 기업 삼성은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고 신규 사업 마저 미루는 등 적잖은 상흔(傷痕)을 남겼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불구속 기소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이 혹시라도 이대로 주저 앉는 게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마치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니가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말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소니’를 비교 분석한 흥미로운 경제ㆍ경영서가 한ㆍ미ㆍ일 3개국에 동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 장세진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전략과 다국적기업경영을 전공,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다. 그런 그가 삼성과 소니라는 양대 글로벌 기업을 놓고 엇갈린 운명을 날카롭게 분석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니와 삼성을 비교했다가는 비웃음을 살 만큼 삼성은 소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소니는 내리막 길을 가고 삼성은 글로벌 전자 산업의 거인으로 도약했던 것일까? 많은 학자들은 소니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하드웨어와 콘텐츠 간의 시너지를 추구한 반면, 삼성은 핵심부품의 생산에 집중해 경쟁우위를 추구했던 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전략적 차이’보다 내부 조직의 프로세스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소니의 최고경영자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자, 개별사업부들은 타 사업부와 협조ㆍ공유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조직으로 변질됐다는 것. 그에 반해 삼성은 디지털 제품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스피드 경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장 교수는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지금의 삼성전자는 10년 전 소니를 보는 듯하다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최우량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나머지 다른 기업으로부터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오만함’(hubris)을 드러내고 있어 과거의 소니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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