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사기 일가족 '딱 걸렸네'

한의대 졸업예정자인 동생의 신분을 도용해 부유층 여성과 결혼하고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 그리고 엄청난 범죄에 눈을 감고 동조한 동생과 이들의 어머니가 형사처벌에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 김정호)는 A씨 등 3명이 B(38)씨와 그의 모친, 동생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3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상해죄로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B씨는 2007년 출소 후 한의대에 재학 중이던 동생을 호적에서 제적시킨 뒤 동생과 동명으로 개명을 했다. 이후 철저히 동생으로 둔갑한 B씨는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A씨와 결혼을 했다. B씨의 모친은 상견례와 결혼식에서 B씨를 ‘한의사’로 소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았고, B씨의 동생 역시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 개업비 명목으로 A씨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 이를 자신 및 동생의 생활비로 쓰던 B씨는 혼인신고를 계속 미루었고 임신한 A씨에게 중절수술을 종용하다가 이를 말리던 장모를 물어 상해까지 입혔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배소송'을 제기하면서 B씨 소유의 예금 및 건물 등에 대해 가압류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B씨의 동생이 '가압류 재산은 내 것’이라며 등장했고, 그제서야 A씨 가족은 B씨가 '한의대 출신의 전도 유망한 청년'이 아닌 전과자 출신의 무직자임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사기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법원에서 징역 3년, B씨의 모친은 징역6월의 형을 선고 받았고, 동생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민사 재판부는 "B씨의 동생 역시 형이 신분을 속인 채 A씨 집안에서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형의 신분 위장을 도와줬고, 실제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A씨 가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