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최 경제부총리가 국가 부채 증가를 의미하는 추경 편성에 신중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메르스 사태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의 매출이 줄고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등의 입장객들도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소비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급감에 이어 내수 전반에 메르스 여파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리 인하를 이미 단행한 한은과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도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 한은은 11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경제주체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흐름에서 정부의 추경 편성도 경기부양보다 경기추락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통화정책과 함께 패키지로 추진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추경 편성의 시기와 규모다. 메르스 사태의 양상이 상당히 유동적이지만 3개월 정도 장기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0조원 감소해 성장률을 1.3%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당장 추경 편성을 결정하더라도 국회 통과와 집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메르스의 경제 영향 분석을 철저히 하는 등 언제라도 재정투입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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