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세계화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사진)은 세계화의 이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미간 FTA 체결에 대해 " 양국 소비자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며 "두 나라 모두에 이익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르망은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재단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화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과 관련, "지난 2004년 수단의 인종학살이 20년 전 같았으면 아무도 몰랐으며 끔찍한 학살을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도 없었을 것"이라며 "세계화가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전쟁을 줄여 국제적 법치주의가 확립되도록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해 "양국의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이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FTA 체결은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효용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를 설명했다. 지난 85년에 한국을 첫 방문한 소르망은 그 당시와 현재 한국 여성들을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와 달리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며 한국이 OECD 가입 후 세계 경제에 편입하면서 여성들의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 등이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화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미국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문화 수구주의자들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세계화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모두 합쳐 인류 전체의 문화 풀을 형성한다"며 "전통문화와 이국문화가 혼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넘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계화 시대를 맞이해 SARS(사스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신종전염병과 새로운 형태의 전쟁인 테러리즘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과 물자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염성 질환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 그는 또 소수 과격주의자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테러리즘도 국경을 넘어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르망은 "세계화를 칭하는 용어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아닌 세계적 문명화(global civilization)가 더 적합하다"며 "세계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 문명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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