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로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비판의 표적이 됐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강조했던 신(新)케인스학파는 '공급주의 경제학'의 종언을 고했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시장규제 강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며 열을 올렸다. 미 공화당의 정책 실패로 승리를 거둔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 붕괴의 원인으로 '규제 완화'와 '시장'을 지목하면서 정부가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낮춘 1%의 이자율이 세계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정부의 시장 개입은 또 다른 불황의 원인을 제공할 뿐이라는 지적이 미국에서 대두되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을 연구하는 미국 루드비히 폰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현 경제 불황의 근원은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미 정부에 있다"며 시장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진영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시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정부의 '개입'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FRB가 이자율을 조작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경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자본을 부적절한 곳에 지나치게 투입하게 만들고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단언한다. 그가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조장한 6대 원인도 모두 정부의 인위적 개입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는 연방주택저당공사(페니메)와 연방주택담보대출회사(프레디맥) △지역재투자법과 대출에 대한 차별철폐 △정부의 투기조장 △인위적 수요를 공급하기위해 만든 '주택보유자를 위한' 조세규정 △FRB의 인위적 저금리 기조 △'대마불사'의 믿음 조장 등이다. 뉴딜정책에서 해법을 찾자는 신케인즈 학파의 주장에 대해서는 환상을 좇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대공황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오류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그릇된 통화정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되레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내세워 통화팽창정책을 쓰는 바람에 공황이 장기화됐다고 분석한다. 그는 "다시 대공황을 겪고 18년간 일본이 겪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다면 폴 크루그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뉴딜정책에서 배우자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기가 곤두박질을 치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데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행하는 소비 부양책은 미친 짓이다." 지금은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긴축재정을 펼치고 소비자들은 허리끈을 바짝 조이며 저축을 늘리면서 새로운 생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시장을 건전하게 되살리는 방법이다. 책은 현 경제 불황의 주범으로 지목돼 그 동안 뭇매를 맞아왔던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 이론을 근거로 불황의 원인을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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