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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1월24일] 한국경제에 대한 오해
입력2008-11-23 20:13:11
수정
2008.11.23 20:13:11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가 해외로부터 받는 불공정한 대접과 오해에 대해서 큰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언론들은 여러 선진국이나 신흥개발국의 경제체력과 외환보유액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별로 약할 것이 없는 한국이 실력에 비해서 너무 홀대를 받는 이유를 정부 경제팀의 무능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사실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의 프리미엄이 10월 하순 6.8%를 넘은 것을 보고 필자도 적잖이 놀랐다. 동유럽의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이 2~3%수준이고 칠레가 3~4% 사이에 있는 것과 비교해서 이것은 좀 심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먼 칼럼에서나 영국의 더타임스 같은 곳에서 보듯이 해외에서 한국이 ‘아시아의 베어스턴스’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면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오해에 거의 질려버릴 듯도 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를 해외에서 IMF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의 경제 체력이나 기업 체질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던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선진국 수준에 비해서 높지 않다. 철강ㆍ조선ㆍ반도체ㆍ휴대폰 등에서는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 있고 원유와 원자재가 상승에서 비롯된 경상수지 적자도 원자재 값이 내리면서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외채사정도 해외에서 걱정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1년 내 만기도래하는 단기외채1,760억달러도 외환보유액 2,400억달러에 비교하면 미국 연방준비은행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가 아니더라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독일과 홍콩ㆍ싱가포르는 단기채의 액수가 외환보유액을 초과하는데도 말들이 없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제기하는가.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성에 있다. 국내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글로벌 환경이 갖는 중요성 때문에 세계경제환경의 변화에 예민해 있는 게 현실인데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 경제가 해외의 변화에 너무나 바람을 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메릴린치가 글로벌 경제를 분석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로 한국의 코스피(KOSPI)를 지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한국 정부 경제팀의 해외신용평가기관과 해외 미디어를 상대로 한 소통의 미숙함에 있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면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너무 자기 중심적이고 국내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정기적으로 해외에 한국 경제 현실과 장단기 정책목표를 잘 알려야 한다. 경제팀에 소속된 공무원의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고 해외 문화가 편하지 않으면 부처마다 한 사람만이라도 영어를 잘 하는 원어민 대변인 보좌역을 두면 된다. 포천 500대 기업에서 근무하다 명예 퇴직한 경험 많은 외국인들 중 이런 일을 맡아줄 사람은 너무나 많다.
셋째, 분단국가의 피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한국만큼 자신들이 얼마나 안보적 위험을 안고 사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내는 나라도 없다. 만약 미국이 캐나다 정도의 국력을 지니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지도자와 같은 호전성을 지닌 나라와 이웃하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라. 그리고 이런 이웃 나라가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협박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미국의 국가 리스크가 얼마나 올라가겠는가. 한국은 외국에서 보기에 너무나 위험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란 예측 가능해야 좋다. 미국의 증권시장도 예측에 어긋나는 것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자주 한국 경제 얘기를 해외에 알려야 한다. 겁나는 표정, 짜증난 표정 대신 보통 사람들의 평상시 말씨로 편하게 해외와 소통을 자주 한다면 한국 경제에 대한 억울한 오해는 훨씬 적어지리라 확신한다.
알립니다
이종열 뉴욕 페이스(Pace)대학 석좌교수가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석좌교수에 이어 송현칼럼을 집필합니다. 이 교수는 칼럼을 통해 미국에서 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비전을 제시하고 미국 경제 동향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도미, 루이지애나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페이스 경영대학원에서 금융 리스크 관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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