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년여가 2007년 11월. 아마존은 6인치짜리 전자종이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킨들 판매에 나선 지 불과 다섯 시간 만에 매진시키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어진 연말연시에도 공급부족에 시달렸을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가 좋았다. 디자인 등을 개선해 올 2월 선보인 ‘킨들2’도 2개월 만에 30만대 이상 팔렸다. 킨들의 성공은 10여년간 제기돼왔던 e북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하루아침에 잠재워버렸다. 경영컨설팅업체인 PwC는 세계 전자책 시장이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13년 89억달러로 연평균 37%의 고속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e북은 아마존이 처음 시도한 사업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1990년대 초부터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1991년에는 일본의 소니가 휴대용 단말기 ‘북맨’을, 1993년에는 NEC가 ‘디지털북’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 누보미디어가 1998년 ‘로켓e북’을 출시했고 2000년에는 반스앤노블 등 출판사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말기 제조업체와 출판사간의 공조에 실패하면서 시장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에도 소니와 파나소닉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처럼 실패만 거듭하던 e북 사업을 아마존은 어떻게 성공시켰을까. 최대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킨들은 출시 당시인 2007년 말에 이미 8만8,000여종의 콘텐츠를 확보한 데 이어 올 초에는 27만5,000여종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사업 초기 반대세력을 최소화하고 우군을 늘려 사업의 파이를 키운 점도 킨들의 성공에 한 몫했다. 아마존은 잠재적인 경쟁자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공급했고 시장잠식에 대한 출판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초기에는 수익 전부를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배분하기도 했다. 킨들의 성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국내 업체들은 전자책 관련 사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ㆍLG전자ㆍ아이리버 같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물론이고 SK텔레콤ㆍKTㆍLG텔레콤 등 통신사, 교보문고 등 서점들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국내 e북 시장은 순항할 수 있을까. 업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다소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e북 사업 성공의 최대 관건은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이고 여기에는 사업자와 저작권자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 서점과 출판사들 간에는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교보문고가 전자책 단말기 보급 사업 개시를 선언하자 30여개 출판사들이 출판 콘텐츠 저작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출판사 등과 공조체제 절실
국내 업체들이 e북 사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공조 미흡으로 시장의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한 사례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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