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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민족의 힘은 금융파워

김인영 <금융부장>

“우리가 돈 버는 비결의 첫째는 5천년의 역사야. 우리 민족은 경작할 땅도, 사냥할 숲도, 아무 것도 없었어. 우리가 의지할 것은 조그마한 머리와 빈곤의 밑바닥에서 자신감을 안겨주는 영광의 전설뿐이지. 중요한 것은 조그마한 머리야.” 글로벌시대 유일한 무기 지난 1812년 로스차일드의 창업자는 후손들에게 이렇게 유언하고 숨을 거뒀다. 로스차일드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을 무대로 금융왕국을 건설했던 유대가문이다. 로스차일드는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을 꺾기 위해 워털루로 가는 영국 웰링턴 장군에 아낌없이 군자금을 조달했다. 로스차일드의 가문은 한때 비스마르크에 대항, 프랑스를 지원했고 영국을 도와 수에즈 운하 매입자금을 댔다. 로스차일드는 1차 대전에서 영국에 군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 건국의 초석이 된 밸포어 선언을 유도했다. 결국 오늘날 중동의 불씨가 된 이스라엘은 막강한 유대 금융가에 의해 탄생했다. 역사에서 국가권력과 금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막강한 금융력을 확보한 나라는 헤게모니를 장악했고 금융력이 약한 나라는 영락했다. 이탈리아 통일은 애국자 가리발디와 금융부호 카부르의 합작에 의해 달성됐고 영국의 해상제국은 로스차일드는 물론 로이드 보험이라는 금융자본의 지원을 받아 가능했다. 이에 비해 무적함대를 자랑하던 스페인은 남미에서 막대한 은을 확보했지만 금융산업이 취약해 쇄락했다. 가깝게는 80년대에 미국을 추월할 듯 기세를 떨치던 일본과 독일이 90년대에 장기불황에 빠진 것도 글로벌 금융파워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소련 붕괴 후 미 중앙정보국(CIA)은 “글로벌 경제에서는 강력한 금융의 힘이 유일한 무기”라며 금융패권 확보 전략을 백악관에 건의했다. 곧이어 빌 클린턴 정부는 대공황 시절 금융규제 법인 글래스-스티걸법을 폐기,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각국에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형성된 글로벌 단일시장은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가의 합작품이고 그 파워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이 시끄럽다. 경제대국의 문턱에 들어선 중국은 정치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패자로 목소리를 높이고 일본에서도 패권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ㆍ일본의 패권이 한반도에 집중되는 가운데 북한은 핵을 무기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통일도 준비하고 주변의 패권주의에도 대항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적 단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력이다. 로스차일드는 돈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규율을 가르쳤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금융력, 즉 돈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스차일드 창업자의 유언은 어쩌면 우리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는 몸으로, 머리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기에 한 세대 이상 땀 흘려 경제건설에 매진했다. 우리는 유대인과 달리 좁지만 공간(국토)을 확보하고 있기에 그 터에 세계 굴지의 제조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땅이 없이 각국을 전전한 유대인들의 상술(금융장사)을 배워야 한다. 유대자본의 힘이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주변국과의 끊임없는 전쟁에서 국가를 유지하듯이 우리도 국토를 통일하고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민족자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융력을 강화해야 한다. 패권주의 대항 금융력에 달려 우리는 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버르장머리 없다’고 경고했다가 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거물 정치인들이 도쿄로 달려가 도와달라고 매달린 쓰라린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일본 패권주의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에 무게가 실리려면 돈으로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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