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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게 듣는다] <2>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지구촌경제 불균형 더욱 심화될듯" <br>미국發 경기둔화로 성장률 3%까지 추락<br>美 쌍둥이적자 확대…亞통화 강세 띨것<br>올해도 FRB 금리인상 행진은 이어질듯


“올해는 세계경제 불균형의 후유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유가와 미국경제 둔화로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는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스쿨)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와 월가(街) 전문가들이 올해 세계경제를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경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루비니 교수는 “앞으로 3~10년 이내에 국제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적자로 달러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서고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바릭스트리트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루비니 교수를 만나 통화ㆍ금리ㆍ국제유가 등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발(發) 경기둔화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 유럽의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청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둔화가 일본과 유럽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고유가 현상도 지속되면서 올해 세계경제 전망은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계은행, IMF 등 국제기구와 월가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평균 3.5% 이상의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경제는 올해 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으로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마저 위축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겁니다. 세계경제는 2004년 5.1%, 지난해 4.3%의 견고한 성장을 기록했고 신흥국가들도 각각 7.3%, 6.4%의 성장을 이어가는 등 견고한 성장을 나타냈지만 미국 경제둔화와 세계경제 불균형 영향으로 올해에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수출경제 중심의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경제 불균형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의 쌍둥이적자와 세계 경제에 있어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오일 국가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달러화 자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죠. 미국 장기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던 수익률 하락은 바로 아시아와 오일 국가들이 미국 채권을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이자를 갚기 위해 더욱 많은 채권을 발행하고 아시아 국가들은 다시 채권을 사들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전쟁비용과 감세 등도 원인이지만 채권 부담의 영향도 큽니다. 쌍둥이적자는 더욱 확대될 겁니다. 지금은 이러한 미 국채 팔고 사주기 전략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은 노출될 것이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할 겁니다. 세계 경제불균형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며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의 경상적자는 6,650억 달러, 지난해에는 8,5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의 7%를 차지한 것으로 판단되며 수년 내에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적자를 기록하는데 세계경제는 대규모 흑자를 지속하면서 위험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세계 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시는데 그럼 불균형에 따른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세계 경제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지금처럼 개별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 채 금리ㆍ환율ㆍ통화 정책을 전개하기 보다는 국제사회가 공동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죠. 미국은 민간저축을 늘려 재정부담을 줄여야 하고,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특히 아시아국가들은 자국통화를 시장가치에 맞게 절상해야 합니다. 세계경제 주체들이 현실경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의 달성은 지극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들 당장의 자국 경제 이익에 매달려 작은 희생조차 감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서로 상대방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보호주의 경제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달러강세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시기, 즉 80~85년, 95~2000년 사이에는 달러는 가치는 상승했습니다. 또 무역수지가 개선된 시기, 86~90년에는 달러가치가 떨어졌죠. 다시 말하면 미국의 경상적자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달러가치가 떨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미국의 쌍둥이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달러가치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자본이 미국 자산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겁니다. 다른 국가들이 점점 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거나 달러자산을 팔아 치울 때가 올 겁니다. 미국 경제의 산적한 문제점을 세계경제가 점점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앞으로 달러가치는 아시아ㆍ유럽 통화에 비해 떨어질 겁니다.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는 국내총생산의 25%이고 2010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미국 자산을 계속 사들이는 일이 지속될 수는 없을 겁니다. ▦장단기 채권수익률이 역전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해외 은행들의 미 국채 보유는 전체 발행물량의 53%에 달합니다. 기관 투자자보다는 해외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데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죠.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중앙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자국통화가치를 관리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장기채권 수익률을 간섭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경제를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이 시각교정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역전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겁니다. 해외 중앙은행들은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를 줄일 것이고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올라갈 겁니다. 또 미국은 고유가와 노동비용 상승으로 올해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FRB가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4.4%대인 10년물 장기채 수익률은 내년에는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벤 버냉키 차기 FRB의장의 금리정책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봅니까. -FRB 수장이 바뀐다고 해서 금리와 통화정책이 크게 변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을 버냉키 의장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방침을 고수할 겁니다. 일부 FRB의원들은 미국경제 둔화를 우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올해에도 FRB의 금리인상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겁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미국 경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적어도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버냉키 의장이 인플레이션 타깃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버냉키 의장도 FRB 내부의 반대의견을 감안해 섣불리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도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도 오랜 기간의 금리동결에서 벗어나 금리를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금리인상은 상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나타날 겁니다. 앞서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올해에는 미국경제 둔화가 본격화되고 세계경제도 성장률이 떨어질 겁니다.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경제가 튼튼하지 않다는 얘기죠. ▦미국 금리와 함께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올해에도 글로벌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 경제의 연착륙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 재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평가절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따라서 수년 내에 10~15%의 평가절상에 나설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절상될 겁니다. 일본ㆍ대만ㆍ말레이지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10% 이상의 자국통화 절상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난해 통화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절상속도가 느릴 것이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처럼 아시아의 통화가치가 높아지고 달러약세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자산을 보유한 아시아ㆍ유럽 국가들은 자산을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교체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에 돌입할 겁니다. ▦국제유가가 올해에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습니까. -국제유가는 구조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매년 신규 수요는 2.1%씩 늘어나고 있지만 정유시설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라크전쟁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도 국제유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올해도 세계경제는 고유가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웃돌며 지난해보다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겁니다. 동료연구원들과 공동 조사한 결과 앞으로 3~10년 이내에 국제유가는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세계 경제가 ‘유가 100달러 시대’에 진입할 날이 멀지 않았어요. 지난 70년대 오일 쇼크 때에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지만 최근 고유가 현상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70년대의 오일쇼크는 공급측면에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현재의 고유가는 초과수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죠. 세계 경제가 그나마 견실한 상태에서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충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제유가는 세계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날 겁니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경착륙에 시달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고유가와 미국 경제둔화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65%가량으로 매우 높다고 봅니다. ●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누구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위기론자'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해법을 제시해 큰 명성을 얻었다. 58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미국 재무부,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이론과 실무에 두루 정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의 기초를 다져 더욱 유명해졌으며 이후 국제금융시스템 개혁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공고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특히 요즘에는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경제불균형으로 세계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지면서 월가(街)에서 열리는 경제 세미나에서는 영순위 섭외대상으로 꼽힐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88년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이스라엘은행 연구원, FRB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현재 IMF 학술자문위원회 멤버, 브레튼우즈위원회 위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신흥경제 구제금융 ▦정치사이클과 거시경제 ▦국제금융위기 ▦과도기 경제의 경상수지 안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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