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멸을 원치 않는다면 국익과 먼 장래를 위해 갈등을 봉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진상규명과 여야 공동성명이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서해 북방한계선(NNL) 포기 의혹이 씻기지 않은 상태에서 조건부로 덮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언했던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의혹만 커진 상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 문제가 불거졌던 때부터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왕 생긴 문제라면 모든 자료를 대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논란을 말끔하게 끝내고 국론을 모으자는 뜻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문 의원의 발언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제시한 사전ㆍ사후 기록을 열람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론이 갈갈이 찢긴 마당에 어떤 것은 열어보고 어떤 것은 덮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과 국가의 가치 확인을 통해 밝혀나가야 할 미래다. 여야가 NLL 주권을 공동으로 선언하는 행동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만약 여기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여든 야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분명히 이번 갈등은 여야가 정치적 셈법으로 증폭시킨 측면이 크다. 여당과 국정원은 대선과정에서의 국정원 댓글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해, 야당은 친노계열에 쏟아지는 의혹을 벗기 위해 이 사건을 악용했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녕 우리 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국민들은 이미 이 사건에 식상해하고 있다. 진실규명 전이라도 여야는 NLL 주권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함께 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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