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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민심을 살피기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하고, 시장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이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택시기사다. '시민의 발' 택시는 움직이는 여론수렴기관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택시를 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택시라는 좁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채널 tvN의 현장 토크쇼 택시는 대한민국을 조망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인기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다양하게 섭외해 그들의 목소리로 우리 사회를 말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지만, 택시에는 고(故)최진실씨 등 유명 연예인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바로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 고유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덕분. CJ미디어 측은 "아무리 바쁜 연예인이라도 이동하지 않고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낼 수 없다"며 "목적지까지 태워준다고 하면 쉽게 초대에 응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일반인을 섭외하기도 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람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택시는 서울 시내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 지역의 명사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승객들은 다양하다. 택시는 홍콩도 갔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김판곤 홍콩국가대표 감독이 택시를 탔고, 홍콩에서 한글 지도 '비바홍콩'을 제작해 공항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이지현씨도 승객이 됐다. 2007년 9월부터 시작해 tvN의 간판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택시의 인기 비결은 출연자들이 화려한 조명이 갖춰진 스튜디오의 방송출연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택시(2.6㎡, 약 0.8평)승객으로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속내를 털어놓는 데 있다. 8대의 HD급 소형 카메라는 출연진의 얼굴을 다각도로 잡아 사실성을 더한다. 재치만점의 입담꾼 택시기사(메인 MC) 이영자ㆍ공형진씨는 뒷좌석에 탄 출연자들의 어색한 분위기를 단박에 녹여내고 승객들을 즐거운 나들이길로 안내한다.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면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택시는 매주 목요일밤 12시 시청자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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