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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김근태 장관에게 박수를

권홍우 정치부장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박수를 보낸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그의 행보는 숨가쁘다. 여야 지도부를 방문, 정부가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의 처리에 협조를 구하고 국회의장에게도 의장 직속기구 설치를 호소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에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편지도 올렸다. 국민연금을 맡고 있는 장관으로서 당연한 일 같지만 역대 장관 가운데 그만큼 정성을 보인 이는 많지 않다. 왜 역대 장관들이 연금 개혁에 적극 나서지 못했을까. 인기가 없는 정책인 탓이다. ‘지금보다 많이 내고 덜 받자’는 게 골자인 연금 개혁은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는 물론 공론화시키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부담은 많이 지고 혜택은 덜 받아가라는 데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요즘처럼 사소한 이해다툼이 쉽게 갈등으로 비화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고통 분담을 설득한다는 것은 여간한 신념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기 떨어져도 연금개혁 해야 바로 이 대목에서 김 장관에게 갈채를 보낸다. 연금 개혁은 난제 중의 난제이기 때문이다. 표로 직결되는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탈리아에서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기존 수급권자들의 저항으로 연금 개혁 무산은 물론 정권까지 넘어간 적도 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고령사회에 들어선 유럽 각국에서 선거 시즌이면 노인 계층의 급조정당인 ‘연금당(pension party)’이 등장해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낮선 풍경이 아니다. 연금 개혁은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오죽하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연금 개혁-저항 야기-인기 하락-득표율 저조’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도 세계 각국은 연금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야당 시절에는 연금보험요율 인상, 즉 많이 걷자는 데 반대하던 정당도 정권을 잡으면 연금구조를 뜯어고치려 노력한다. 재정 파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성장을 이룬 것도 아니고 분배구조도 취약한 마당에 거의 유일한 공적 노후복지 시스템인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고갈과 재정 파탄에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18조~20조원씩 늘어나는 연금이 본격적으로 지급을 개시하는 오는 2030년 이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구조적인 매도요인을 안게 되지만 대비책은커녕 논의조차 안 나오는 실정이다. 산적한 난제를 푸는 첫 걸음은 수급 개선에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세대간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노태우 정권 시절 애초 계산을 잘못한 탓에 국민연금의 구조는 초기 가입자들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 재정 파탄은 선대가 후대를 착취하는 악순환에 다름 아니다. 부모는 굶어가며 물지게를 져도 자식만큼은 제대로 교육시키려고 노력했던 전통적 가치는 자취를 감출 판이다. 국민연금의 현행 구조에는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집단적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후손의 골을 빼먹은 선대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인기가 없어도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토론하자’는 김 장관에게 공감하는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다. 외로워도 의로운 길은 승리 갈채를 보내는 한편으로 김 장관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보다 강력하게 일을 추진해달라고. 여권 핵심인사들의 모임인 ‘12인회’를 통해서든, 당정 협의 채널을 통해서든 유력 정치인이자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인 그는 연금 개혁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힘이 많은 사람이다. 김 장관 말대로 이번에 놓칠 경우 2008년에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루가 아까운 시점이다. 혹자는 당내외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은 뛰어가는 반면 ‘국민연금이라는 블랙홀’에 갇힌 김 장관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지적하지만 지나온 길에 비추어 그의 진정성을 믿는다. 국가 백년대계임에도 국민연금 개혁은 벽에 봉착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외롭더라도 김 장관의 개혁을 위한 행보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 장관은 외로울지언정 의롭다.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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