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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집값이 심상치 않다. 공급된 지 20년이 지난 1기 신도시는 물론 '로또'로 불리며 2기 신도시의 대명사가 됐던 판교신도시 아파트 값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황이다.
7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8월 대부분의 신도시 아파트 값이 전달 대비 0.4%가량 하락했다.
특히 평촌과 판교는 7월에 매매가가 보합세에 머물다가 8월 들어 가격이 0.4%포인트 떨어졌다.
안양 지역의 경우 평촌신도시와 주변부 집값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급매물이 쌓여 있는 상태다.
평촌동 J공인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은 가격 하락폭이 그나마 작지만 면적과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올해 초보다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은 값이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판교신도시도 입주 3년차를 맞이하며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물건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판교동 U공인의 한 관계자는 "원마을9단지 전용 71㎡가 몇 달 전 6억원에 거래됐지만 두 달 만에 4,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며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안 돼 급매가 아니라 시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 지역의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 판교신도시 전세가격은 0.22% 상승했고 산본신도시도 0.24%나 올랐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판교의 경우 테크노밸리 주변 직장인의 수요가 꾸준해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중소형 물량이 많고 전세가율이 높은 평촌이나 중동ㆍ산본 지역에서도 전셋값이 치솟고 있지만 매매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심각한 주택경기 침체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기 때 이들 신도시의 가격 상승폭이 워낙 컸던데다 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실수요층이 옅어 가격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팀장은 "이들 신도시는 2000년대 중후반 수도권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곳들"이라며 "정부 측에서 쓸 수 있는 부양카드가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당분간 추가 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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