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보기관의 개인사찰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기업들도 소비자 데이터 모으기에 열을 올리면서 개인정보가 헐값에 대규모로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산업이 수십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면서 일부 업체는 7억명에 달하는 소비자 정보를 한꺼번에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데이터브로커' 산업이 지난 수년간 수십억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이들은 법망을 피하고자 인터넷 검색을 주된 정보수집 수단으로 활용해 법적 규제에서도 거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데이터브로커들은 웹 검색과 소셜네트워크, 구매내역, 공개된 기록 등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이 모은 정보는 질병 여부와 신용점수, 심지어 임산부의 출산 예정일에 이르기까지 수천개에 달한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나이와 성별ㆍ주소 같은 기본정보는 1인당 0.0005달러라는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1,000명의 정보라 해도 0.5달러에 불과하다. 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1인당 0.00075달러이며 구체적인 소득수준과 쇼핑내역 같은 보다 고급 정보의 경우 0.001달러에 팔리고 있다. 또 일반인은 종합적인 프로필 정보 가격이 1달러에도 못 미친다.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액시엄의 경우 전세계 7억명 이상의 정보를 보유해 7,000명이 넘는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기본정보가 손쉽게 노출되자 데이터브로커들은 더욱 세분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리즈플리즈닷컴'이라는 업체는 암이나 당뇨ㆍ임상우울증 환자의 이름과 메일 주소를 개인당 0.26달러에 판매한다. 'ALC데이터'는 특정 질병이 있는 소비자를 신용점수로 구분한 리스트를 팔고 있다.
최근에는 신생아 관련정보를 놓고 데이터브로커들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ALC데이터는 최근 출산 전후 산모는 물론 이들의 친척과 친구ㆍ이웃에 관한 정보를 담은 '신생아 네트워크'라는 데이터베이스 상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수집 및 거래산업이 날로 커지면서 미 연방무역위원회(FTC)와 의회가 데이터브로커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됐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미국도 개인 사생활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거의 없는 상태다.
다만 데이터 브로커 업계에는 어린이와 구체적인 건강 및 금융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리즈플리즈와 ALC데이터는 자사가 판매하는 환자 질병 관련정보는 진료기록 등에서 수집한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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