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 첫 분양에 들어가는 ‘반값 아파트’가 정부의 졸속 입법으로 큰 분쟁의 소지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이로 인해 수요자의 외면을 받는 실패한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30일 대한주택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공이 지난 29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경기 군포시 부곡지구의 토지임대부 주택(389가구)은 ‘지상권’이라는 핵심 이슈를 명확하게 규정짓지 않아 향후 입주자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토지임대부는 아파트(건물)만 소유하고 깔고 앉은 땅은 주공에 임대료를 내고 빌려 쓰는 방식이어서 토지에 대한 지상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주택법 시행령은 30년간 지상권을 설정하도록 했을 뿐, 30년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이 없다. 즉 입주자가 지상권을 갱신해 계속 거주할 수 있을 지, 건물이 낡아 수명을 다했을 때 재건축 권리를 인정 받을 수 있을 지 여부가 오리무중이라는 뜻이다. 지상권 확보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어서 추후 매매시장에 나올 때 큰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사업 시행주체인 주공 측은 “30년 이후에는 주공이 민법상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지상권을 연장해주는 방법 등이 있으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주공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30년이 지난 건물의 가치는 ‘0원’에 가까워져 아무 보상 없이 입주자를 내쫓는 것과 다름없어진다. 입주자로서는 월 42만여원씩 내는 토지 임대료(84㎡형) 외에도, 건물분 분양가 1억5,400만여원을 30년간 앉아서 까먹는 셈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도 “지상권 문제는 명확하게 검토되지 않아 추후 분쟁이나 집단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반값 아파트를 바라는 여론에 쫓겨 입법과 시범사업을 서둘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완전히 다른 형태의 주택을 새로 공급하면서도 주택법과 시행령 몇 줄만 고치는 바람에 근거법령이 허술해졌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당초 토지임대부 주택을 제안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특별법안은 40년이 지난 후 토지임대계약 갱신과 재건축을 허용하는 등 항구적 토지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정부 방식대로라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서민의 외면을 받는 실패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10년의 전매제한이 풀리면 불명확한 지상권 때문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실제 공급계약이 체결되는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반문했다. 토지임대부와 함께 시범 공급되는 환매조건부(415가구) 주택 역시 근본적 한계가 지적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보다 불과 10% 저렴해 ‘반값’도 아니면서 전매제한은 두 배인 20년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도 10년 전매제한으로 수요자의 외면을 받는 마당에 20년간 매매할 수 없는 주택을 누가 분양 받겠느냐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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