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근 연말정산 파동으로 악화된 여론을 감안해 보건복지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29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백지화된 것은 아니고 복지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최근 신중해야 할 정부의 정책 추진이 조령모개식으로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 실망이 정말 클 것 같다"며 "고소득자 부담을 줄이려고 그들의 반발이 두려워 국정과제를 포기한 이런 정권에 박수 보낼 국민은 없고 지지율 하락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김성주 원내부대표도 "소득이 많은 사람은 더 내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는 게 사회보험의 원칙"이라면서 "이에 맞는 개선 방향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은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서민증세 기조는 계속 유지하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고소득 피부양자에게 건보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거나 근로소득자의 급여 외 소득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매기지 않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고 곧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올해 중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건보료 개편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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