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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러시아 추가제재 검토… 우크라 사태 '그레이스완' 되나

친러반군 동부 공격에 130여명 사상… 오바마 "군사 대치 외 모든 옵션 검토"

러 "위협에 굴복 않을 것" 강력 반발

추가제재땐 러 디폴트 위기 현실화

美·러 관계 2차대전 이후 최악… 20여년 지속 핵안보 협력도 중단


새해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이 대대적인 공격을 재개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나섰다. 또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2차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20년 이상 지속돼 온 미ㆍ러 핵안보 협력이 중단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 경제위기 등을 가속화하며 세계 경제를 위협할 '그레이스완(gray swan)'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레이스완은 예측 가능한 악재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위기 요인을 뜻한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반군의 정전위반 사태를 크게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에 군사장비와 훈련·병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추가 제재를 위해 군사적 대치를 제외한 모든 추가 옵션을 검토하겠다"며 "국제사회, 특히 유럽과 함께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EU 28개국 외무장관이 오는 29일 긴급 회동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전 폴란드 총리)은 트위터를 통해 "유화 정책은 침략자의 더 큰 폭력을 부추긴다"며 "환상이 아닌 냉혹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지난 24일 흑해연안의 전략적 요충지인 인구 50만의 도시 마리우폴에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하는 바람에 최소 30명이 숨지고 100명가량이 부상했다. 반군은 또 동북부 도네츠크주의 소도시 드발쳬프를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는 "유럽 정치인들이 지난 수개월간 러시아 제재완화 시점을 검토해왔지만 이제는 제재강화 방안으로 논의 주제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 제재의 핵심 열쇠를 쥔 EU가 추가 행동에 나설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 등은 "더 이상의 비난성명은 의미가 없고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독일ㆍ프랑스 등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러시아가 유가 하락, 서방 제재 등으로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위협에 시달리는 유로존 경제가 부메랑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도 높은 레토릭(외교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EU가 움직일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러시아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EU도 추가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및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마리우폴 공격이 휴전협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EU가 추가 제재에 들어갈 경우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대형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 외환통제 등에 힘입어 루블화 폭락사태는 멈췄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1일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7,600만달러 규모의 2016년 5월 만기 국채를 내수용으로 발행하려 했지만 20%만 팔리면서 사실상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16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3,794억달러로 일주일 만에 68억달러나 감소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5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전 종료 이후 진행돼온 핵안보 협력체제도 위협받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미 의회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핵물질 감축을 지원하는 예산 책임을 거부하자 며칠 뒤 러시아도 미국과의 핵안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내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경제제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은 1992년부터 러시아가 옛소련의 핵무기와 핵물질 등을 폐기하는 대가로 핵시설과 기술을 민간산업용으로 전환하고 핵 과학자들의 재교육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 프로그램을 입안한 샘 넌(민주ㆍ조지아), 리처드 루거(공화·애리조나) 전 의원은 "핵 협력에 실패할 경우 양국의 손해는 물론 핵 테러리즘 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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