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로화 대비 크게 하락한 헝가리의 포린트화, 폴란드의 즐로티화, 체코의 코루나화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자본 유출 등으로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포린트화는 올들어 12%하락했고, 즐로티화와 코루나화도 각각 11%, 7%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혹독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투자 축소와 대출금 상환에 나서고 있는 것이 신흥 국가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로권 국가로부터 중동부 유럽의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07년 4,100억달러에서 지난해 67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악화돼 610억달러가 순 유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니겔 렌델 선임 투자전략가는 “유럽의 신흥 시장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통화는 앞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CS)가 3개월 내에 헝가리와 폴란드에 빌려줬던 90억달러와 230억달러의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들 국가 통화의 하락 압력을 키울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유럽 신흥 국가들의 현 경제위기가 90년대 후반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와 유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BNP파리바의 한스 레데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현재 유럽 신흥국 위기는 모두 기존에 과도하게 들어왔던 외자가 급격히 빠져 나가면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유럽 신흥국들은 심각하게 냉각되고 있는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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