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지만 정작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경기침체 고통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촉발된 최악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성장률이 -2%까지 급전직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조선을 두 동강 낼 정도의 가공할 폭풍우인 ‘퍼펙트 스톰’이 연말 다가올 것이라는 일부 경기 비관론자의 관측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7일(현지시간) “경기전망이 더 불투명해졌고 경기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월가는 미 경제가 올 3ㆍ4분기부터 0%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한 뒤 빠른 속도로 침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상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올해보다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미 경제는 지난 1ㆍ4분기 0.9%를 기록했고 세금환급이 이뤄진 2ㆍ4분기에는 2.8%까지 올랐다. 월가 금융기관과 경제분석 기관들은 9월 지구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달 들어 미 경제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단기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은행은 물론 우량기업까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개인 소비가 감소하고 ▦집값 하락이 지속되며 ▦제조업 경기가 급랭하고 ▦수출이 둔화되는 것 등을 성장률 조정 배경으로 꼽고 있다. 신용카드 등 소비자 신용대출은 8월 중 3.7% 감소해 1998년 1월(-4.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9월의 금융위기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앞으로 신용대출은 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이날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8%로 예상했던 경기 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역시 1.0%에서 0.2%로 내렸다. 나이젤 골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경색은 점차 실물경제에 파급되면서 소비자와 기업, 지방 정부의 지출과 투자를 줄이고 고용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주택시장 침체도 현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며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는 내년부터 FRB의 억제목표선인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던 해리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가 지금까지 느린 속도(slow motion)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초고속(full-speed)으로 리세션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는 이달 3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1.8%와 0.8%에서 각각 1.4%와 -0.4%로 수정했다. 고용시장이 경기에 후행하는 속성을 감안하면 경기침체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3일 발표된 고용지표에 따르면 9월 중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 수는 15만9,000명으로 올 들어 8개월 평균인 7만5,00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급격히 늘었다. 이는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기인 2001년(3~11월) 중 월평균 일자리 감소 수 18만개와 엇비슷하다. 2001년 경기침체 기간 중 최고 32만개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고용시장은 앞으로 더 악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10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9월 중 6.1%를 기록한 실업률이 내년 말 8%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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