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객이 술에 취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며 안전이 위협받는 사례가 잇달아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현지 라디오 방송 '러시아뉴스서비스(RSN)' 등에 따르면 국가두마(하원) 부의장 세르게이 젤레즈냑은 4일(현지시간) 조만간 공항 면세점에서 산 술을 기내로 갖고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하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원 교통위원회 제1부위원장 비탈리 예피모프도 기내 술 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선 공항 면세점에서 비닐 봉지에 밀봉해 판매하는 주류를 기내로 갖고 들어가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승객은 탑승 전 대기실에서 술을 꺼내 마시거나 기내로 갖고 들어가기도 한다.
지난달 11일 모스크바에서 이집트 후르가다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54세 남자 승객이 복도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다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말리는 승객을 때려 코뼈를 부러뜨리는 난동을 부렸다. 그는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이라며 누구든 대드는 사람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여객기를 바다에 착륙시키겠다며 기장실로 들어가려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모스크바-푸켓(태국) 노선 여객기에서 28세 남자 승객이 술에 취해 승무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변의 승객들을 폭행하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여객기가 도중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비상착륙해야 했다.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들은 모두 면세점에서 산 술을 마시고 취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항공사들은 이코노믹 클래스의 경우 주류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도 위스키가 아닌 와인을 주로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애주가들은 아예 면세점에서 술을 사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다.
기내 술 반입 금지 입법 움직임에 대해 항공사들은 그러한 조치 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아예 기내 난동 전과가 있는 승객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명단에 든 사람들의 여객기 이용을 금지하는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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