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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업혁신3.0으로 위기극복을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갖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오늘날의 상황은 분명 위기이지만 모든 국가와 기업이 어려운 만큼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지혜롭게 대처하면 국가경쟁력이 제고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산업혁신운동 3.0'은 국가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동반성장 일부기업만 혜택봐

산업혁신운동 3.0은 기업의 동반성장 범위를 1차 협력사에서 2ㆍ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기존의 동반성장이 산업의 뿌리까지 전파되지 못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즉 대기업의 2ㆍ3차 협력업체들까지 경영혁신을 추진하게 함으로써 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면 산업혁신운동 3.0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1970~1980년대 국가경제 침체의 뼈아픈 경험을 한 적 있는 미국이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살펴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1980년 미국 NBC방송은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왜 못하나(If Japan can, why can't we?)'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데밍(E. W. Deming) 박사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방송 이후 각종 세미나 요청이 밀려들며 데밍 박사는 1993년 93세로 타계할 때까지 총 청강생 수가 20만명에 달했다.

미국 기업의 부활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데밍 박사의 노력이 1980년대 후반 미국 산업의 경쟁력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포드자동차 회장이었던 덴 피터슨은 직접 데밍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전사적으로 '데밍식 경영'을 실시한 결과 과거 50년간의 경쟁 이후 처음으로 GM을 앞지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예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에까지 확산돼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데밍 박사가 강조했던 14가지 품질 원칙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부품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및 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라'는 점이다. 데밍 박사는 이를 위해 공급망에 있는 부품 공급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모기업은 1차 협력사,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로 교육내용을 전파해 협력적인 생태계를 만들도록 했다. 2ㆍ3차 협력사까지 실질적인 동반성장이 전파되지 못한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혁신 확산 산업경쟁력 높여야

데밍 박사가 강조했던 내용 중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는 품질의 중요성이다.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 이익 극대화, 고용 창출이지만 이를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품질을 향상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품질과 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이러한 연결고리를 '데밍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산업혁신운동 3.0에서 동반성장의 범위를 2ㆍ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것은 기존 2.0 수준을 넘어선 바람직한 시도다. 산업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혁신운동 3.0이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데밍 박사가 강조했던 품질위주의 경영이 우리나라 모든 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산관학 모두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품질경쟁력을 제고하고 품질한국을 건설해 국가적 과제인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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