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다음주부터 뚝섬에서 공급하는 ‘갤러리아 포레’의 3.3㎡당 분양가는 최고 4,500만원가량으로 이제까지 분양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분양가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대지비용(금융비 포함)이다. 즉 땅값만 낮았어도 분양가가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뚝섬은 워낙 인기지역이라 땅값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통상적으로 수도권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대지비용도 분양가의 50%가량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공급하는 택지지구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 수준으로 민간에 비해서는 낮지만 전문가들은 기반시설부담금 및 학교용지 공급구조 완화, 개발이익의 체계적인 관리 등을 통해 땅값 비중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ㆍ관 경쟁입찰보다 공급가격 결정 방법이 더 중요=이명박 정부는 현재 대한주택공사와 토공ㆍ지자체가 과점하고 있는 택지개발사업에 대해 민ㆍ관 경쟁입찰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ㆍ관 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는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아파트의 분양가에는 토지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현재는 공급업체가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없다”며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일정 부분 공급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쟁입찰제도의 도입보다는 공급가격 결정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토공이 인천 청라지구에서 공급한 주택용지의 조성 원가는 3.3㎡당 200만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종 낙찰가격은 4배 이상 증가한 814만원이었다.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주택용지의 가격 결정 방법이 경쟁입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이 택지를 조성해 공급한다 하더라도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할 경우 인기지역에서는 땅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주체가 누구인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택지개발이익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개발이익은 나대지인 땅에 아파트를 지어 판매할 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으로 주공ㆍ토공 등 시행사, 건설사, 분양자, 정부 등이 나눠갖게 된다. 즉 개발이익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땅값은 올라가게 되고 땅값이 올라가면 집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땅값 관리의 관건이다. 심충진 건국대학교 교수는 “개발이익은 정부로 환수돼 공공 목적을 위해 쓰이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는 건설업체와 분양자에게 과도하게 배분되는 측면이 있는데 주공ㆍ토공 등의 시행사가 이를 환수한 뒤 정부에 배당금 형식으로 납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위평량 희망제작소 연구위원도 “현재 정부는 개발이익 중 얼마를 배분하고 환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이 없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발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나대지를 주공ㆍ토공이 100원에 사서 200원에 건설사에 넘기고 건설사가 이를 400원에 분양할 경우 총 300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데 이 이익을 주공ㆍ토공이 가져가는 게 좋은지, 어디에 쓸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택지개발이익금은 다른 종류의 세금 및 제도로 흡수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쓰기 위해서는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이익금을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물량은 58만가구가량으로 전체 주택 수 1,330만가구의 4%가량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임대되는 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무리한 부담금은 땅값 상승의 주요인=기반시설 부담금이나 학교용지ㆍ공원 등 무상공급 등의 이유로 땅값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교육청은 토공이 공급하는 청라지구에 대해 19개에 달하는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19개 학교용지의 전체 토지조성비용은 1,300억~1,400억원가량으로 전체 사업비의 5% 안팎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이는 결국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하는 사업을 분양받는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된다. 학교용지뿐 아니라 광역교통시설 등의 기반시설부담금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분당ㆍ일산ㆍ평촌ㆍ산본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전체 기반시설 설치비용 중 시행자가 부담한 비율은 58%였지만 판교ㆍ동단ㆍ파주ㆍ흥덕의 경우에는 67%로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택지조성비 중 기반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30%가량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기반시설비가 올라가게 되면 땅값은 자연히 높아진다. 여기에 공원ㆍ하천 등의 녹지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녹지율이 높아지게 되면 가처분 면적이 줄게 돼 땅값이 올라가게 된다. 주공에 따르면 분당ㆍ일산ㆍ산본ㆍ중동ㆍ평촌 등의 평균 녹지율은 18.7%였지만 최근 택지를 공급한 판교ㆍ김포ㆍ동탄ㆍ파주 등 9개 지구의 평균 녹지율은 2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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