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도 고여있을 때 바가지로 퍼내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 세계경제 침체 우려 등으로 2008년 건설업계의 시계(視界)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하다. 하지만 대우건설 서종욱(58ㆍ사진) 사장은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을 이겨내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를 만큼 강한 경쟁력을 가진 업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 사장은 지난 1977년 입사 후 31년간 대우건설에서만 잔뼈가 굵은 정통 대우맨이다. 그는 주택시장 침체 우려에 대해 “지방 사업에서 대우는 남다른 ‘실력’이 있다”며 “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요가 있는 시장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약수(수요)’가 어디 고여있는지 정확히 찾아내고 바가지로 퍼내는(공급) 능력이야 말로 주택사업에서 중요한 ‘기술 중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서 사장은 주택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우건설의 전략으로 ‘평면과 외관의 차별화’를 제시했다. 무량판구조 등 신공법을 적용한 평면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 설계 경쟁력의 우위를 유지해 나가는 한편 새로운 외관으로 수요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평면과 외관 차별화는 당연히 돈이 더 들 수밖에 없지만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기술력은 대우의 경쟁력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해외 사업에서도 지난해와 다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억달러 수준에 그쳤던 해외수주를 올해는 3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이지리아 등 주력시장의 정치불안이 해소됐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16%선인 해외사업 비중을 오는 2015년까지 40%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10 건설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서 사장은 그러나 단순히 물량 확보를 위해 해외에서 무리한 사업 확대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새로운 시장에 섣불리 진출했다가는 자칫 너무 비싼 ‘수업료’를 물게 된다”는 그는 “신시장을 개척하더라도 발전부문 등 대우가 경쟁력을 갖춘 사업에만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시장을 바라보는 서 사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공공부문에서 10조원 안팎의 턴키대안입찰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다 서울 등 수도권 택지는 고갈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 사장은 올해 대우의 새로운 돌파구로 복합개발ㆍ도시개발ㆍ기업도시 건설 등 ‘개발사업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단순 수주에서 벗어나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개발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조직 개편은 물론 회사가 보유한 사업기획능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인수합병(M&A)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해 서 사장은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그룹에 편입된 후 대우건설로 온 그룹 관계자는 단 1명입니다. 그만큼 그룹 측이 대우건설의 자율경영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대우는 금호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적지 않은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고 서 사장은 강조했다. 올해부터 내년 1ㆍ4분기까지 5,500억원 규모의 그룹 공사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안정적 일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대우는 지난 7년 동안 혼자 힘만으로도 건설업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룹 계열사인 금호건설과 ‘경쟁과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대우의 경쟁력은 한단계 더 올라설 것입니다.” ■올 경영목표 대우건설은 올해를 건설업계 리더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해로 삼았다. 지난해 10조204억원, 6조665억원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수주와 매출을 올해는 각각 12조3,860억원, 6조7,769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는 6조원 규모의 장보ㆍ메찌지구 개발사업, 5조원 규모의 하노이신도시 개발 등 매머드급 해외 투자개발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리비아대수로 공사를 수행 중인 대한통운을 인수함으로써 현지 수주를 확대함은 물론 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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