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급속한 경기둔화 우려를 덜었다. 하지만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최근 발표된 실물지표들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회피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HSBC와 시장조사 업체 마킷은 9월 제조업 PMI 잠정치가 50.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의 50.2와 블룸버그 예상치 50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 6월 50.8로 올 들어 처음 기준치(50)를 넘어섰고 7월에는 51.7까지 올라 제조업 경기호전 기대감을 높였지만 8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행히 이날 발표된 9월 PMI 잠정치가 소폭 오르며 한숨을 돌리기는 했으나 산업생산·민간소비·고정자산투자 등 실물경제지표까지 둔화세를 보여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SBC PMI는 4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이뤄지며 HSBC는 설문조사가 85~90%가 끝난 시점에 잠정치를 발표하고 다음달 1일 확정치를 발표한다. 기준치인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블룸버그는 이날 발표된 PMI로 중국 경제의 방향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덜게 됐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존 주 HSBC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기대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치들을 보면 50을 간신히 넘는다"라며 "중국 경제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9월 PMI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신규 주문과 수출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취업지표가 부진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9월 PMI에서 고용지수는 전월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한 46.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류리강 ANZ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이 더디게 나타날 경우 기업들이 편안하게 고용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고용'과 '물가'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좀 더 강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리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등과 같은 본격적인 통화완화 정책보다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적 수단을 통한 미니 경기부양책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20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중국 경제가 하강 압박을 받고 있지만 하나의 지표 변화 때문에 정책기조가심각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우 부장은 "중국 정부는 성장률보다 고용과 물가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잇따른 경기지표 부진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5대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도 낮췄다. 또 46개 도시 중 37곳의 부동산 규제들을 푸는 한편 이날 공상·농업·건설·중국 등 4대 은행의 주택대출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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