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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 광풍의 피해자는 전국민

”이사하려고 알아봤더니 전세는 없고 다 월세를 달라고 해서 걱정이야.” 퇴근길에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여고 동창의 근황 역시 부동산 얘기부터 시작됐다. 시댁과 가까운 강남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친구는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 아이의 유치원 입학에 맞춰 맘에 드는 유치원이 있는 강북으로 옮기고 싶어했다. 아이 교육을 위해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하는 ‘역발상’에 내심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뜻하지 않게 부동산 폭등 현상의 한가운데 서게 되자 얼떨떨한 듯했다. 평범한 샐러리맨 남편의 부인으로 전업주부인 친구는 “내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전세 구하기도 힘들다”며 “앞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막내아들의 혼담이 오가는 친척 아주머니도 걱정이 늘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아주머니는 “진작 결혼했으면 벌써 집을 마련했을 텐데 이제는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워졌다”며 막내아들에게 애꿎은 화풀이만 했다고 한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광풍으로까지 불리는 이유는 부동산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이처럼 정치 및 사회 문제에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부동산 광풍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진 사회 현상인 온 국민의 ‘배앓이’와 편가르기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집 없는 사람은 집을 장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에 분노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다른 지역, 다른 사람의 집값과 격차가 확대된 데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한다. 그런가 하면 ‘지금 집 사면 낭패’라던 청와대 관료들도 “정작 강남에 집을 사놓고 오르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편가르기에 일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부동산 폭등 사태가 아직 현재 진행형인데다 끝난 뒤 후유증 역시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라는 데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나 부동산세금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등 언론에서 수 차례 언급된 경제적인 악영향은 물론이고 ‘부동산 폭등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폭동 직전의 상황’이라는 야당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분열된 국론은 정치ㆍ사회적인 불안 요소로 되돌아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11ㆍ15 부동산대책을 또 내놓는다고 한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더라”던 대통령이 “거품이 꺼지려니 순식간이더라”는 말로 때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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