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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한·중수교 15주년 '잔치'는 없다
입력2007-08-21 17:19:00
수정
2007.08.21 17:19:00
오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오랜 단절을 극복하고 수교를 맺은 지 꼭 15년이 되는 날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5년간 한ㆍ중 관계는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지난 92년 수교 당시 50억달러에 불과하던 양국간 교역액은 2006년 1,340억달러로 27배나 늘었고 수교 당시 연 13만명이었던 양국간 인적교류도 2006년엔 36배 늘어 480만명에 달했다. 실로 눈부신 변화들이고 이를 자축하기 위한 열기가 달아오를만도 하다.
그런데 한ㆍ중수교 15주년 기념주간을 맞은 요즘 베이징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지난달 말 한 중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황 정일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의 사망 사건 때문이다.
평소 건강하던 황 공사는 중국산 샌드위치를 먹고 탈이 나서 중국 병원에서 중국의사가 처방한 중국 약으로 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사고를 낸 중국 병원은 유감표명 한마디 없고 중국 언론들은 철저히 비보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피해자와 병원 측의 직접접촉까지 가로막은 채 사건의 명백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중국에 살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은 황 공사의 비극적인 사망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멀쩡하던 사람이 병원치료 중 돌연 사망한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고위 외교관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진상이 철저히 은폐되고 있으니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게 당연하다. 베이징에 사는 모씨는 “지난 주 심한 배탈 설사가 났는데 황 공사의 사건이 생각나 감히 병원을 찾지 못하고 다섯 끼나 굶고 나서 간신히 복통이 가라앉았다”면서 “중국의 식품과 병원을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이 무섭다”고 말했다.
황 공사는 중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외교관이었다. 30년 가까이 외교관 생활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 중국에 대한 어떤 험담이 나와도 한ㆍ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힘써 왔다. 이것 하나만 봐도 중국 측이 상황을 이렇게 나쁜 쪽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한ㆍ중 양국은 베이징에서 한ㆍ중수교 15주년 기념일인 24일 저녁에 기념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잔치다운 잔치를 기대할 수 없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황 공사처럼 중국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있고 한ㆍ중 양국의 우정이 깊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중국을 사랑했던 한 외교관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진심으로 노력해 줄 것을 정중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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