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상근감사직은 권력기관 낙하산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주로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차지하는 가운데 감사원ㆍ국세청 출신이 가끔 끼어든다. 이들이 경영진 감시 등 내부 과업보다 감독기관 로비와 같은 대외활동에 치중하면서 뿌리깊은 폐해가 빚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에서 감독당국과 피감회사의 유착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한 단면이다. 은행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근감사직 폐지는 그래서 일단 당위성을 갖는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본다. 우선 당장 여러 문제들이 대두할 것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업무를 담당할 경우 감사기능의 독립성과 객관성은 높아지겠지만 아무래도 경영진 감시,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끔 한번씩 모이는 외부인사 중심의 감사체제에서 나타날 틈새와 사각지대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감독당국 출신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어떤 제도개선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는 '고양이 앞에 쥐'로 표현될 정도이다. 금융회사는 외부 압력을 받기 이전에 스스로 낙하산 인사를 필요로 한다. 감독당국 역시 퇴직인사들의 자리확보를 위해 이 같은 공생관계를 조장해왔다.
결국 상근감사직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도입하더라도 그것이 안착하려면 감독당국의 검사나 감독ㆍ규제가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감독당국 출신이면 통하고 아니면 막히는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안 된다. 제도개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금융감독 문화, 기업경영 문화 조성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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