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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을 했던 백남준(1932-2006)은 인생 60을 맞이하며 환경ㆍ농업ㆍ경제학ㆍ인구ㆍ민족주의ㆍ자서전 등 개인과 현대사회의 문제를 아우르는 '나의 파우스트' 연작을 의욕적으로 제작한다. 13점으로 완결된 이 연작들은 고딕양식의 구조물 안에 TV모니터를 쌓아 올린 동일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25개의 소형 TV화면에는 각각의 주제에 맞춰 현대사회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비디오 아트로 편집된다. 소통과 통신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첨탑형식의 구조물에 신문지들로 표면을 도배하고 구식전화기ㆍ카메라ㆍ영사기에 복잡하게 얽힌 통신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 이들 상징물과 함께 왼쪽 측면의 '전자혁명'이라는 낙서에서 일찍이 정보통신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백남준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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