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1년 1월 재력가의 딸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에도 의사 행세를 하며 고급 수입차를 사는 등 사치스럽게 살았다.
박씨는 자신이 돈 많고 유능한 의사인 줄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쓰기도 했다. 박씨의 거짓말에 시누이와 가사도우미, 경비원, 수입차 판매원 등이 줄줄이 속아 넘어갔다.
박씨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척했다가 삼성병원 소아과 의사라고도 하는 등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박씨의 거짓말은 점점 심해졌고 동생이 금융감독원에 다닌다거나 남편이 재벌가 3세의 친척이라는 말도 지어냈다.
박씨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갓난아기인 딸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다. 부인이 종적을 감추고 나서야 남편은 박씨의 정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에게 고소를 당해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된 박씨는 재판 중에도 사기 범행을 계속 저질렀다. 피해자 가운데는 박씨가 의사라는 말에 속아 위암 보험금을 넘긴 뒤 돈을 떼이게 되자 충격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만도 8명, 사기 금액은 9억1,320만원에 달했다.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씨는 구속됐다. 박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박 판사는 지난해 12월31일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생각해보라"고 꾸짖었다.
박 판사는 동종 전과가 있는 점과 범행수법이 계획적이었던 점, 불구속 기소 후에도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점, 스스로 반성하는 점, 어린아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구치소에서 딸과 같이 생활하는 박씨는 구속된 후 반성문을 여섯 차례나 냈으나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잠든 딸을 데리고 법정에 나온 박씨는 판사가 주문을 읽자 담담한 표정으로 딸을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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