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만 보면 차이는 울트라 A급 소심남 ‘영수(천정명 분)’는 우연히 보게 된 ‘희주’(김민정 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단순무식하지만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천사 같은 외모, 일류 요리솜씨, 외국어같은 지적 능력을 겸비해 여자로서의 모든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현모양처 희주를 얻은 영수는 세상을 다 가진 마냥 기쁘다.
그 후 누구보다도 알콩달콩하게 살던 두 사람. 하지만 우연히 영수는 희주의 과거 사진을 보게 되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서 과거를 의심하게 되는데... ‘내 아내의 흑역사 탐방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밤의 여왕’이 나왔다.
지난 2005년 드라마 ‘패션70s’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천정명과 김민정이 8년만에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진행중인 4일 시사회를 가진 영화 ‘밤의 여왕’으로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김민정. 그녀는 영화에서 지적인 모습, 귀여운 모습, 섹시한 모습, 욕쟁이, 전문 댄서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인다. 지금까지 23년 연기인생을 종합하는 것 같은 가장 예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앞서 지난달 16일 제작보고회에서 “평소 하는 욕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고 나니 후련했다”고 말했는데 욕하는 것도 영화에서는 귀엽게 느껴진다. 사람이 예쁘니 모든 것이 다 예쁘게 보인다.
천정명과의 호흡도 척척 맞는다. 서로 친하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 천정명도 울트라 A급 소심남에다가 의심도 잘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여자를 끔찍이 아끼고 정의감도 있는 영수 역할에 딱 맞다는 김제영 감독의 주장이 그리 틀리지 않다.
김제영 감독은 이번이 상업영화로서는 첫 작품이다. 그러나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의 명연기로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2008년 단편영화 ‘동행’의 감독, 2012년 ‘원더풀라디오’의 각본을 맡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선택을 잘했다. 다소 뻔한 결말이 예상됐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잘 유지했다.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없진 않다. 과거의 잘나가던 ‘클럽녀’가 현모양처로 변하는 데 어째 좀 부자연스럽다. 예전에 같이 놀던 친구들도 너무 착하다. 과거 희주를 짝사랑 하던 부실남이 살 빼고 갑부가 돼 나중에 그녀를 유혹한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코미디 아닌가. 예쁘고 귀여운 ‘희주’가 이 모든 것을 커버한다.
어쨌던 이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맞다. 최근의 무거운 분위기를 식혀줄 발랄깜찍한 영화다. 현재 연애중인 커플이나 부부들은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희주’같은 경우가 그렇게 많겠는가.
참고로 가수ㆍ프로듀서 겸 배우 박진영이 영화 후반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나온 드라마나 영화 중에서 이번이 가장 명연기를 한 것 같다. 영화 ‘밤의 여왕’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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