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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1월 21일] '향수'의 시어에 담긴 추억

'도나도나'라는 음악을 듣는 순간 그동안 내 마음이 혼란하고 피곤했음을 깨달을 정도로 안정감을 되찾았고 과연 어떤 노래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도나도나'에 관해 찾아보니 유태인이 쓴 시로 '송아지는 팔려가는데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바라본다'는 슬픈 내용이었다. 그러나 조앤 바에즈(Joan Baez)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마력이 있었다. 어린시절 즐겁던 놀이 떠올라 음악이나 시가 나를 사로잡을 때가 있다. '향수'라는 시를 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로 거의 외울 정도가 됐다. 그 중에서도 3연인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는 김포에 있는 내 고향의 느낌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중에서 사전적 의미가 어떻든 내 나름대로 정의하는 두 단어가'함부로 쏜 화살'과'함추름'이다. '향수'가 노래로 불릴 때쯤 오빠가 "요즈음 아이들은 함부로 쏜 화살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할 거야"라고 했다. 그것은 오빠와 내가 같은 놀이를 하고 자라 이해가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동네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다섯 가구만 살고 있었다. 위아래로 남자 형제만 있어 주로 남자가 하는 구슬치기ㆍ딱지치기ㆍ자치기ㆍ팽이치기ㆍ활쏘기 등을 하고 놀았는데 계절적으로는 늦가을에서 이른 봄이었던 것 같다. 특히 활은 나뭇가지를 잘라 만들고 화살은 수수깡으로 만들었다. 화살촉은 못에서 대가리를 잘라내 수수깡에 끼워 나무 한 번 맞추고 나면 못이 수수깡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마니 그것으로 과녁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냥 쏘면 재미가 없어 내기를 한 것이 하늘 높이 쏘기였다. 그러나 하늘 높이를 가늠할 수 없어 다음에는 화살을 찾기 좋은, 잠자고 있는 보리밭에서 멀리 쏘기를 했다. 하지만 화살이 제법 날아가 보리밭 근처 야산 수풀 속에 떨어지면 수수깡이랑 수풀의 색깔이 비슷해 한참을 찾아야 했다. 큰 동네의 한 집 울타리가 세죽(細竹)으로 돼 있었는데 화살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세죽을 몰래 꺾어다 화살로 만들었다. 정말 화살 같아 보물을 얻은 듯했다. 하지만 1960년대 야구 명문인 인천 동산학교에 다니던 오빠가 방학에 오면서 동네 꼬맹이까지 다 끼워줘도 상대편이 없는 야구 놀이 흉내를 내며 말랑말랑한 고무공에다 송판 쪼가리로 만든 야구 배트로 찐뽕놀이 같은 것에 재미를 붙였다. 자연히 활 쏘기는 주춤해졌다. 또 '함추름'에 대해서는 이렇다. '이슬'하면 살갗으로 차다는 느낌이 배 든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오솔길이 있었고 오솔길 양쪽으로 뜀뛰기 풀이 자라 흙길을 가릴 정도로 무성했다. 남자 고무신을 신고 이슬이 내린 풀섶을 한번 스치고 나면 신발 가득 이슬이 고여 발까지 닦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중에는 치마 끝까지 젖기 시작해 으스스한 느낌이 돼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차기는 했으나 흠씬 젖는 것이 함추름이고 그 느낌이 좋았었다. 어머니 품 같은 평화 느껴져 '뜀뛰기 풀' 하니 연상되는 것이 있는데 그 풀은 시루본을 만들 정도로 질겼다. 풀이 무성하다 보니 길을 가로질러 풀을 매놓으면 풀이 매여 있는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길을 무심히 지나는 사람은 매듭에 걸려 엎어지게 된다. 그런 장난은 지금 생각하니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 길은 우리 가족은 물론 동네 사람들이 소 몰고 쟁기 지고 가는 길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밥고리를 이고 벌논에 가는 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른들이 매듭에 걸려 넘어진 적은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가끔 '함부로 쏜 화살'과 '함추름'에서 편안한 어머님 품 같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힘들 때 어머니 품속 같은 어린 시절을 찾아가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도나도나' 노래처럼 평화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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