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라는 책이 한때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심리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해석된다. 세상을 보는 창에 특정 색깔을 입히면 그 의도에 따라 우리는 착각ㆍ오류ㆍ오해에 빠지게 된다. 건설산업이 이러한 편견의 틀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
요즘 건설산업은 삽질경제ㆍ토건국가ㆍ부패산업 등으로 상징되며 관련 종사자들은 토건족으로 불린다. 어감이 좋지 않아 호칭부터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추긴다. 건설산업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성공한 프레임으로 평가할 만하다. 건설 때리기가 대유행이며 마치 건설이 복지의 대척점에 있는 듯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건설 때리기, 불황에 산업위축 가속
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예산안만 보더라도 지난해 비해 4.6%가 증액됐지만 SOC 예산만 전년보다 4.3%가 줄어 12개 사업 부문 중 가장 크게 감소했다. 정부는 국내 SOC 스톡(총량)이 상당 수준 확충된 것으로 판단해 운영효율성 제고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최된 기반시설 관련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삭감할 경우 향후 4년간 15만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한다. 특히 단순노무 종사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감소가 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는 최근 건설이 복지와 상반된 개념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바 크다.
어느 정도는 산업계와 정책에 책임이 있지만 지금의 현상은 도가 지나쳐 억울한 측면이 있다. 40년 전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1일 생활권, 10년 전에 개통된 고속철도는 반일 생활권 시대를 개막했다. 전국 곳곳의 공항과 항만은 세계를 향한 교류의 통로를 열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낯선 오지에서의 해외건설 활동은 외화획득은 물론 한국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렸으며 제조업 수출의 첨병 역할도 했다.
이러한 건설이 몇년째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불변가격으로 봤을 때 10년 전 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건설수주 역시 7년 내 바닥을 쳤다.
편견의 틀 버리고 변화 지켜봐주길
극심한 공사물량 부족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자금경색의 공포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건설공사 이윤율이 지난 2012년 0.5%로 급락하며 전산업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건설사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건설업계의 경영악화는 건설산업에 그치지 않고 하도급·자재·장비업자와 건설근로자 등에 영향을 미쳐 많은 가계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포장이사 업체, 인테리어 업체, 부동산중개업 등에 대한 간접적 영향까지 감안하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크게 가중시킨다고 볼 수 있다. 건설이 매우 아프니 딸린 식구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산업의 명암은 크게 엇갈린다. 건설산업이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거나 당시 활약에 걸맞은 칭찬과 대우를 바라고 있지는 않다. 다만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애정을 갖고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건설산업을 받아줬으면 좋겠다. 과거의 호칭이 바뀐 경우가 많이 있다. 식모가 가사도우미로, 간호원이 간호사로, 운전수가 기사로 바뀌었다. 호칭이 달라짐에 따라 대우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건설에 대한 프레임이 하도 옥죄어오니 답답한 심정에 호칭을 바꿔야 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