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법조계는 지금 '영역 전쟁'

변호사 '재판에 선임 의무화' 추진… 변리사 등 "자동자격 폐지" 맞서

단순 등기업무까지 다툼… 법률시장 갈등 갈수록 커져 거리집회·소송전 등 잇따라

인천지방법무사회 소속 법무사들이 지난 2월 11일 인천 남구 주안동에 있는 새누리당 홍일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변호사 강제주의''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법무사협회


지난 30일 법조타운이 자리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앞.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 4명이 행인들에게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민사소송 상고심에서는 변호사를 필수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변호사 강제주의) 입법이 부당하다며 거리로 나온 법무사들이었다. '국민이 변호사의 봉인가' 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유인물은 이들의 말쑥한 차림과 달리 표현 곳곳이 거칠었고 격앙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현장에서 만난 임승완 대한법무사협회 서초지부장은 "교대역 앞에서 인쇄물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은 지 벌써 한 달째"라며 "법이 통과되면 소액 재판이라도 상고심에는 변호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데 이 같은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와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 법률시장에서 활동하는 법조인들의 영역 갈등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나홀로 소송을 줄이고 재판에 변호사를 필수적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법무사들은 소액재판에서는 법무사도 소송을 대리해야 한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변리사와 세무사는 변호사에게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사들은 로스쿨을 통해 특허·세무분야 교육을 강화하면서 변리사와 세무사 영역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에서는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늘고 있으니 오히려 변리사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법률시장의 갈등은 거리 집회와 소송전도 불사할 만큼 달아올랐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단순 등기 업무까지 변호사들이 처리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된 게 갈등의 배경이다. 변호사 2만명 시대의 그늘이 다른 영역으로 확산된 셈이다.

최근 변호사의 활동을 가장 경계하는 이들은 법무사 단체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의 위헌성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고 입법 반대를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이달 초부터는 관련 라디오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법무사협회의 라디오 광고는 1949년 협회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 2월에는 법무사 300여 명이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지난해 11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게 법무사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법무사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법무사는 "그동안 적지 않은 민사 상고심 소송에서 서류를 작성해주는 일을 했는데 법안이 시행되면 일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등기 업무까지 변호사와 저가 경쟁하고 있는데 기존 일감마저 없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막기 위해 법무사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최현진 법무사는 "변호사 강제주의는 국민에게 강제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시켜 변호사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는 국민을 변호사의 봉으로 여기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변리사와 세무사 단체는 자동자격 제도 폐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때 특허나 세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당연히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과잉 특혜이자 불합리한 제도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동자격제도를 폐지하는 변리사법,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변리사 단체는 필사적이다. 대한변리사협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과 서명운동을 열고 자동 자격제도 폐지를 위한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이원길 변리사협회 공보이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서 변리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가진 곳은 일본 외에는 없다"며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고영회 변리사 협회장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한-EU, 한-미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합작법무법인 설립이 가능해지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외국 변호사가 등록만 하면 변리사 업무도 할 수 있어 FTA에서 개방하지 않기로 했던 변리사시장도 자동 개방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해 아예 변리사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변협 최고위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늘어 특허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변리사의 특수성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변리사 직업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고 맞대응했다.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감정 싸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변리사는 자동 자격 폐지뿐 아니라 특허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변리사도 소송을 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수년 전부터 제기해 왔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12년 한 대학교수가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87조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후 변리사 협회는 소송대리권보다 변호사의 자동 변리사 자격 취득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사들과 변리사들의 움직임에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변호사 일거리가 줄어 비상인 만큼 '업무 영역 다툼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더 강하다. 변협 관계자는 "로스쿨의 취지가 원래 특허 같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특화교육을 통해 변호사가 다양한 법무를 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한 해에 쏟아지는 로스쿨 출신이 2,000명에 이르는 터라 변리사·법무사와의 타협은 불가하다"고 악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