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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열기 더 간다" VS "시장 미쳤다" M&A 거품 논쟁도 뜨겁다

올 글로벌 인수·합병 규모 7년 만에 최고… 저금리 자금 넘치고 경기 회복세 기대

2007년 버블과 달라… 당분간 열풍 지속

증시 수익률 부진에 투자가 거품 일으켜 기업도 현금 제대로 사용않고 M&A 몰두

지정학적 충격오면 거래 규모 급감할 것


최근 월가에서는 글로벌 인수ㆍ합병(M&A) 규모가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거품 논쟁도 한창이다. 현재 대부분은 주요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힘입어 저금리 자금이 넘치고 경기 회복세가 기대되는 만큼 M&A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통상적으로 경기가 정점을 찍고 시중 금리가 오를 때 M&A가 활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거품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2007년 거품 때와는 다르다"= 최근 M&A 열기는 거의 광풍 수준에 가깝다. 금융정보업체인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M&A 규모는 1조3,000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나 늘었다. 특히 50억 달러의 이상의 M&A 규모는 6,351억 달러로 3배나 늘었다. 딜로직 조사에 따르더라도 올 1ㆍ4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8,04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하며 2008년 1ㆍ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M&A 붐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유럽 등의 경기가 아직 지지부진해도 장기적으로는 회복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M&A 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들의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미 CEO들의 1ㆍ4분기 경기신뢰지수는 63으로 전분기보다 3포인트 높아지며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이미 디난 CEO는 "현재 경제는 컵에 물이 반쯤 찬 상태지만 CEO들은 앞으로 물이 더 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M&A가 가속화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M&A 거래 양상이 2007년 거품 때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는 현금 거래 비중이 76%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47%에 그치며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명이다. 현금과 주식을 동시에 이용한 M&A 방식도 33%로 2007년 14%보다 크게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 건전성을 보강한 대형 기업들이 투기 목적보다는 지적재산권 확보, 혁신과 아이디어 확충 등 시너지 극대화 차원에서 M&A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스트 앤 영 홍콩지사의 키스 포그슨 금융서비스 파트너는 "최근 전체 M&A 금액이 유례없이 커진 이유는 메가 딜이 많은데 따른 착시 효과 때문"이라며 "금융시장 안정, 채권 수익률 하락, 넘치는 시중자금 등을 감안하면 M&A 붐이 종말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넘치는 유동성에 시장이 미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 들어 증시 수익률이 변변치 않자 투자가들이 M&A 시장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멘 캐피털 리서치의 버트 도멘 설립자는 "시장이 약간 정신 나가 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되새겨 보라"고 반문한 뒤 "기업들이 너무 많은 현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M&A 거래 자체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1999년 인터넷 열기 등 과거 사례에서 보듯 과도한 M&A 열풍은 증시 붕괴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시티그룹의 매트 킹 신용 전략가도 "M&A 증가는 쓰레기통으로 돌진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기업 CEO들의 M&A 관심이 순식간에 식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에아토로프 M&A 공동 수석은 "M&A 시장이 장기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충격이 오면 거래 규모가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TD은행이 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미 경기 회복을 전망했지만 규제 강화, 금융 변동성 증가, 세제 개혁 등을 둘러싼 워싱턴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상 투기 수요가 가세하는 적대적 M&A 급증이 위험신호라는 주장이 나온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적대적 M&A 규모는 2,73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6억 달러의 거의 4배에 달했다. 이 역시 2007년 같은 기간 3,774억 달러 이후 7년만에 최대 규모다. 중개회사인 IG의 에반 루카스 시장 전략가는 "전체 M&A 규모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투자가들이 현재 상당수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상당수 투자가들은 앞으로 3년래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실현하고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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