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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지성보단 돈·권력 좇는 기업 하버드

■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신은정 지음, 시대의창 펴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지성의 전당이라고 생각하는 하버드는 과연 생각처럼, 지성과 정의가 지배하는 대학일까? 이 책은 그 같은 순진한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또 다른 하버드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들춰 보여준다.

사실 하버드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교수와 직원만 2만 여 명을 둔 보스턴 인근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인 하버드를 움직이는 것은 고작 13명(최근까지만 해도 7명)으로 구성된 하버드 법인이다. 법인 이사들은 한번 뽑히면 계속 유임할 수 있고, 회의 내용과 결과를 공개할 의무조차 없다. 독단적인 운영에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반발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하버드가 2010년, 36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를 7명에서 13명으로 늘렸다. 2008년에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당시 하버드는 투기한 기부금의 약 30퍼센트를 날렸다. 그 손실분을 직원들을 강제 해고하는 것으로 메우려고 했고, 이에 비난이 쏟아지자 법인 구조 개편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법인 이사들은 누구일까. 거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의 중역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초창기 하버드의 돈줄이었던 J. P. 모건과 록펠러 가문 출신이거나 이들과 연결된 사람들이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법인 이사인 로버트 루빈은 골드만삭스 회장,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을 거쳐 록펠러 제국의 기반인 시티그룹 회장을 지냈다. 모건과 록펠러 두 가문이 미국 상위 200개 기업의 65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니 사실상 이들과 관계없는 이들로 하버드 법인을 채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법인 이사들은 자신의 계급과 자신이 속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하버드를 운영해온 셈이다.



하버드가 러시아를 붕괴시켰다는 저자의 주장도 이채롭다.

91년 소련이 해체된 직후 러시아는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 그 과정에 하버드가 깊이 관여한다. 그런데 러시아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하버드 측이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 과정에 특혜를 누리는 등 부정을 저질러 러시아 경제가 거덜 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하버드에 러시아 프로젝트를 일임했던 미 정부가 하버드를 고소하고, 하버드는 정부에 2,650만 달러를 물어내는 수모를 겪는다. 러시아는 잘못된 경제 개혁 결과 19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러시아 국민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진다. 오죽하면 하버드가 러시아 국민들의 평균수명을 단축시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겠는가. '세계 최고 명문대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며, 이것이 이 책이 일깨우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이다. 저자가 찍은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을 토대로 쓰였다. '베리타스(Veritas)'는 라틴어로 '진리'를 뜻하며, 하버드의 교훈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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