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에게 회계비상이 걸렸다. 지난 2001년 에너지업체인 엔론사가 회계부정 스캔들로 파산하자,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도입한 사베인-옥슬리 법이 다음 주부터 외국 기업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직 상당수 기업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로 일부 기업은 까다로운 회계 규정을 피해 미국 상장을 철회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8일(현지시간) 사베인-옥슬리 법에 대한 외국기업 적용 유예시기가 종료됨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1,200여개 해외기업에 대한 회계관리 강화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자본금 7,500만달러 이상의 기업은 ▦이사회 회의에 감사 참여 ▦최근 재무제표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및 재무책임자(CFO) 서명 의무화 ▦직원 이메일 암호 매달 변경 ▦모든 회계 관련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 외국 기업들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조항이 '404조'이다. '404조'는 경영진이 회계 및 내부통제시스템과 회사 자산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SEC에 보고한 후 회사 자체의 비용으로 이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실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지난 회계연도에만 3만8,000번의 조사를 실시하는 등 총 3,300만달러를 404조에 대비하기 위해 지출했고, HSBC도 지난해 2,840만달러를 썼다. 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440만달러, 프랑스의 라파주는 1,280만달러, 베올리아도 최근 3년간 3,500만달러를 회계시스템 강화에 사용했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들은 404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회계컨설팅업체인 PwC의 존 로든 이사는 "12월 결산 법인들은 특히 이러한 회계적 취약성에 대비할 시간이 별로 없다"며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임시방편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아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엄격한 회계감독을 피해 미국 증시에서 떠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제조사기관인 마르자스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유럽기업 6곳중 1곳이 이 법 때문에 '상장을 철회'하거나 '철회할 지도 모른다"고 답변했고, 중남미 기업도 6%가 상장 유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사베인-옥슬리법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나스닥의 로버트 그리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스탠퍼드대 로스쿨 모임에서 "내년 중 법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회나 SEC 쪽에서 법을 완화할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