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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디폴트 위기감

올 민간채무 1,300억弗 만기 불구<br>정부선 500억弗 기업지원 조치 중단<br>서구銀들, 정부보증 여부 확인 '분주

러시아 기업들의 외채 상환 문제가 갈수록 증폭되며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유럽 등 서구 은행에 최대 5,000억 달러의 민간 채무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1,300억 달러 이상으로 파악된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가 외환 보유 감소를 이유로 500억 달러 규모의 기존 기업 지원 조치를 중단키로 함에 따라 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에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달 러시아가 구제금융의 목표를 기업 지원에서 은행 시스템 유지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뒤 서구 은행들은 자금이 투입된 러시아 기업의 정부 보증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 관료들을 만나려 줄을 서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노리스크 니켈의 지분 25%를 외국계 은행이 쥐게 될 것을 우려, 지난해 45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지원의 포커스를 일반 기업 부문에 맞춰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기업들은 현재 서구 은행들과 만기 채무의 상환을 유예하는 등 채무 구조 조정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알류미늄 생산기업인 UC루살의 경우 총 채무 170억 달러 중 70억 달러가 외국 은행으로부터 빌린 분량으로, 채무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불안을 느낀 채권 은행들은 3월 채무 상환 유예에 동의하기에 앞서 이미 몇 차례 이상 정부 관계자와 접촉했다. 하지만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올리가르흐'(러시아 독점 재벌)들은 아직 회사의 재정 위기를 풀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며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위기 대응 노력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보유 외환이 지난해 여름 정점이었던 5,880억 달러에서 올 2월 3,860억 달러로 급감하는 등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FT는 회사 채무에 대한 정부 지원 수준이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 은행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바는 정부 지원 대상 기업 선정에 대한 '명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으로, 외국 은행들이 잇달아 채무 구조조정을 거절하게 되면 기업들 사이에 대규모 채무지불불능(디폴트) 사태가 일어나 지난 1998년에 이은 또 다른 통화위기를 불어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 서구은행 간부는 "우리는 현재 러시아에 대한 터닝 포인트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와 협상에 참여한 한 은행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많은 재정 적자를 일으켜 얼마나 많은 돈을 기업 구제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할 지 연구 중"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분명히 러시아 정부에게 미지의 영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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