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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북한의 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숙청되자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이 예측 불가한 북측 사정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며 북측의 급변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올 초 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한 신년 좌담회에서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예측의 기저에는 호전되는 북측의 경제상황이 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기본적 기반은 역시 경제와 같은 권력 하부의 물적 토대" 라며 "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의 식량 사정을 비롯한 경제상황은 좋아졌고 상거래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최 명예연구위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며 "이는 대북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견해"라며 "북한의 식량 사정, 수출입 실적 등을 보면 점진적이지만 개선되고 있고 그래서 내부 엘리트 간에 경제적 이권들을 놓고 장성택 숙청 같은 권력투쟁도 일어난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정권이 초기 정착을 위해 부분적으로 시장경제 형성을 용인하고 큰 재해가 없어 활발한 식량생산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성을 유지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물가와 생산량 안정이 경제안정화 이끌어=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내놓은 '북한경제 리뷰'에 따르면 북한은 시장물가 및 농업생산의 안정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 내외의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400만톤에 불과하던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이후 꾸준히 증가, 지난 2013년에는 527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북한의 시장물가를 산출하는 기준점이 되는 옥수수와 쌀의 가격이 안정세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통제력 부족으로 곳곳에 시장경제가 형성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북한의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시장을 통제하기는커녕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을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며 "지금까지 북한 시장경제가 불안했던 것은 북한 당국에 의한 주기적 시장통제와 이에 따른 거래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북한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하며 시장교란을 막는 것 또한 북한의 경제상승에 일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훈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북한이 올해 13년 만에 가뭄이 찾아왔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만 올 상반기 식량공급 상황은 예년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화학비료 수입 감소로 내년도에는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작업분조 규모 축소와 같은 근로동기 유발 정책으로 생산량이 늘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중 무역은 발목=단 북한의 대중 무역 규모는 올 상반기 다소 하락하며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중 주요 수출품인 무연탄의 경우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금액기준으로 23%의 감소량을 나타내 5억7,300만달러에 그쳤다. 철광석 수출액 또한 4.8% 감소해 1억2,100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남성용 재킷이나 여성용 코트의 수출은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4%가량 감소한 13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 의존도가 지난해 89.1%로 나날이 높아져 중국으로의 종속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무역액 감소는 무연탄과 같은 상품의 국제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돼 북한이 향후 무역 다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안정적 경제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교역을 강화하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는 것 또한 대중 외교에서의 한계 때문이라 지적한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또한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 정부는 2010년 5월부터 4년이 넘게 시장을 허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는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고육책인 측면이 강하다"며 "향후 시장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측면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갑자기 시장에 대한 통제정책으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 유지되려면 국제관계 개선을 통한 추가 투자유치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은 "북한 경제의 농업 의존도가 25%가량 되는 상황에서 지난 4년여 동안 대규모 재해가 없었던 점 등이 플러스 성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한 외자 유치가 없는 한 경제성장을 통한 체제 안정화를 계속해서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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