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안개 속이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서울과 수도권 노후주택촌이 각광 받는 반면 강남과 분당, 과천, 용인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강남불패 신화가 일단 깨진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찬밥 신세였던 소형이 강북을 중심으로 급등한 것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 모두 2006년 말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된 뒤 본격화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뉴타운, 재개발 지분 투자 ▦알짜 분양물량 청약이나 똘똘한 미분양과 기존 저평가 아파트 매수 ▦수도권 토지나 도심 상가주택, 부동산펀드 투자 등 대체상품을 놓고 저울질하는 양상이다. 다만 공통적인 것은 이명박(MB)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책이 조기에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인플레가 심하고 내년에 고액권 화폐마저 나올 예정이어서 부동산에 자산을 묻어놓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뉴타운·재개발 지분 노려라
강북·강서·강남권등 물량 남아…단기보다 미래 보고 투자를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분 투자 아직도 괜찮나? 최근 서울은 물론 인천, 수원, 성남 등 수도권까지 노후주택촌의 몸값이 뛰면서 일부에서는 재개발지분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뉴타운 등 재개발지분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뉴타운과 재개발 지분값이 급등했지만 틈새는 있기 마련이라며 발 품을 열심히 팔다 보면 뻘밭에 묻혀진 진주를 캘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례로 직장인인 K(36)씨는 최근 입주가 시작된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이주절차가 진행 중인 흑석뉴타운 6구역의 권리가액 1억4,000만원짜리를 프리미엄 1억7,000만원을 주고 3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앞으로 전용 85㎡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추가로 2억6,000원이 필요하지만 조합측이 일반 분양가를 3.3㎡당 2,000만원선에 책정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결심했다. 만약 조합계산대로 일반분양이 이뤄진다면 그는 일반분양가보다도 꽤 저렴하게 좋은 층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K씨는 “몇 개월간 현지 부동산을 계속 찾아 다니며 급매물을 찾은 것이 주효했다”며 “다만 재개발 지분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옥수동에 사는 L(41)씨도 아직 재개발추진위원회조차 구성돼 있지 않던 강서구 등촌동의 노후주택 지분을 지난해 3.3㎡당 1,200만원에 주고 매입해 현재 3.3㎡당 250만원 가량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주변의 개발압력이 가중되게 되면 언젠가는 투자한 물건도 빛을 볼 것이라는 예상 적중했기 때문이다. 윤준 KRA부동산아카데미 대표는 “일부의 고평가 분석에도 불구하고 강북과 강서권은 물론 강남권 노후주택촌에서까지 여전히 더 오를만한 곳들이 적지 않다”며 “투자할 때는 아예 권리가액이 확정돼 불확실성이 줄어든 물건이나 개발기대감이 있는 재개발 초기 지분을 선점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평가·미분양 아파트 주목
광주·이천·파주등 수도권 알짜 물량 관심을 #안심투자 하려면 신규분양 받거나 미분양 노려라 청약가점이 높다면 알짜 분양 물량, 가점이 낮다면 기존 저평가된 아파트나 미분양 물량을 노리는 것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년 전세설움을 겪던 O(44)씨는 60점대에 달하는 청약가점을 활용해 최근 용인 흥덕지구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1,000만원도 안되는 분양가로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주변 수원 영통지구 아파트 시세가 1,3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그는 당첨과 동시에 적잖은 평가차익을 올린 셈이다. 물론 10년간 전매제한이라는 제약은 있다. 역시 3년 전 서울 용산에 진입하기 위해 강북 소형아파트를 팔았다가 여의치 않아 현재까지 전세를 살고 있는 K(40)씨는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동탄신도시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연말 이후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는데 앞으로 알짜 지역에 부지런히 청약하면서 동시에 역세권 주변 아파트나 용인 등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강북 집값 상승 여파로 파주신도시와 양주 고읍지구 등의 미분양이 많이 소진되면서 수도권 미분양물량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늘었다.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해 상당한 시세차를 올린 투자자도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K씨(49)는 7~8년전 부동산값 하락기에 2억원 미만에 나온 광명의 미분양 아파트를 잡아 투자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8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분양가가 높아 미분양 된 것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장의 침체분위기에 휩쓸려 유탄을 맞은 것도 많다”며 “융자혜택에다 좋은 층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광주와 이천, 파주 등 수도권 주변 미분양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수도권 토지·상가주택 '짭짤'
빌딩등 투자 수입 돌려주는 임대형 부동산펀드도 노릴만 #토지ㆍ상가주택, 간접투자 등 대체상품 모색도 어느 정도 자산규모를 갖춘 중산층이라면 수도권토지나 상가주택, 간접투자 등 대체투자상품에도 눈길을 둘 필요가 있다. 모 대기업 부장인 P(48)씨는 최근 지인들과 함께 서울 남쪽의 토지에 대한 공동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물류창고를 지어 중소기업에 임대를 주거나 아니면 앞으로 MB정부가 수도권 용지 규제완화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아직까지 거래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서울 남쪽의 땅들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땅 투자는 리스크가 많이 따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강남에 사는 K씨(57)는 올해 은퇴한 뒤 자신도 거주하고 나머지는 사무실이나 상가로 임대를 줄 수 있는 상가주택을 찾고 있다. 임대소득을 통해 노후자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서초동의 브라운스톤공인 김병철 대표는 “요즘 아파트시장이 침체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5층정도 짜리 상가주택빌딩을 찾는 강남 아주머니들의 발길이 늘었다”며 “오피스텔은 시세차보다는 은행이자 이상의 월세를 염두에 두고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석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는 “자산가라면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수입과 매매차익을 돌려주는 임대형 부동산펀드나 최근 턴어라운드 한 해외리츠,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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