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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에는 으레 향교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름만 들어도 옛날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긴 방죽을 든 노인네들이 어슬렁어슬렁 동구로 들어서는 환영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이 그림엔 향교가 있는 마을의 풍경도, 그 속을 걸어 다니는 옛 모습의 사람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쩐지 고담한 색채가 주는 분위기가 부단히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즈넉하면서도 푸근한 옛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에 젖게 한다. 가을인 듯, 나무들은 한결같이 누렇게 또는 빨갛게 물든 잎들을 달고 있어 무르익어가는 계절의 푸근함이 고향 분위기를 더욱 돋우워준다. 류경채(1920~1995)는 1회 국전(1949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그의 작품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풍경이었다. 1950년대까지도 다감하면서도 풍부한 색조의 풍경과 인물화를 그렸다. 1960년대에 들어가면서 추상으로의 변모를 보여줬지만 그의 추상 속엔 여전히 서정적인 분위기가 오랫동안 지배했다. /글·사진=한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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